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의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해요. 첫 번째, 김경래 기자가 이야기하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기자의 본성에 관한 보고>입니다.  

Q. 책을 읽게 된 계기? 

A. 대학 다닐 때 학교 앞 서점에서 알바를 한 적 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제목과 작가는(or만) 누구 못지 않게 많이 알았다. 당시는 기자를 하려고 공부(대부분 도서관에서 부스럭거리면서 신문 읽기)를 하고 있었던 때(주변에서 매우 싫어했음). 기자라는 게 무엇을 하는 것들인지 꽤 궁금한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일하는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당시 기억으로는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책이다. (아마 발자크라는 작가의 책들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읽지 않은 책들.) 이 책을 읽으면 남들에게 성공적으로 잘난 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Q.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A.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 실제로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 예스24 같은 곳에 보면 몇몇 리뷰가 올라와 있지만 다 읽고 쓴 사람은 없을 것 같다.  

Q. 특히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A.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쓴 책이지만 지금 우리와 언론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단어를 바꾸고 문장을 다듬으면 우리 언론을 비판하는 글로 쉽게 개작할 수 있을 정도. 

언론에 대해서, 기자에 대해서 일종의 작은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요즘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지만)에게 백신으로 기능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 “만약 지금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만들어 내지 말아야 한다.” 토마스 제퍼슨이라는 유명한 미국 옛날 사람이 했다는 다소 오글거리는 명언과 정확하게 반대에 있다.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주저없이 후자를 택하겠다.” 내가 보기엔 둘 다 과하다. 

Q. 180년 전 프랑스 언론과 한국 언론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 어떤 부분이? 

A. 당시 프랑스는 혁명기(혹은 혼란기)였고 언론은 당연하게도 좌파와 우파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었다(이 책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았고, 언론인들은 정치인과 다름없이 믿을 수 없고 속물적인 족속으로 비난 받았다고 한다. 몇몇 인상적인 구절을 인용해보면. 

“이 직업에 오래 종사하다 보면, 생각이 편협해져서 결국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기 쉽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논설위원은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한 진영에 몇 년 동안 있게 되면, 모든 사물을 편파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결국 틀에 박힌 글 몇 줄로 살아가게 된다.”

“파스칼이 그토록 비난했던 예수회도 언론보다는 덜 위선적이었다. 요즘의 언론은 그저 힘없고 고립된 사람들을 향해서만 자유롭게 말하고 있다.” 

“우파도 좌파도 아닌, 중도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모든 구독자로부터 외면당할 뿐이다.” 

아… 절절하다. 이건 그냥 지금 2020년 한국이라고 해도 되겠다. 

Q. 마지막 한줄평

A. 안타깝게도 전체적으로 그다지 재미는 없다. (뉴스타파 북)카페에 앉아서 발자크가 하루 몇 십 잔씩 마시다 카페인 중독으로 죽었다고 하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한두 시간 넘겨볼만한 책. 하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서 나중에 아는 척하기는 꽤 좋은 책. 위에 내가 인용한 문장들 중 하나 정도, 그리고 발자크라는 이름만 외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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