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의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두 번째. 김용진 기자가 소개하는 ‘935개 거짓말’입니다.  

Q. 간단하게 책을 소개한다면 

책 제목이 ‘935개 거짓말’이다. 약간 낚시성 제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거짓말 대잔치’를 다루는 다소 가벼운 책처럼 보이니까 경계심을 푸는 데는 도움이 될듯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내용이 그리 가볍지는 않다. 935라는 제목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미국 부시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의 공식 발언 935개가 거짓말로 판명된 것에서 따왔다. 저자 찰스 루이스가 설립한 미국 비영리 탐사보도매체 CPI가 분석한 결과다. 부시 260건, 파월 254건, 럼즈펠드 109건 등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거짓말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독자의 인내를 시험하지는 않는다. 대신 저자는 베트남전부터 이라크전,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까지 미국정부와 거대기업의 거짓말과 여론조작, 여기에 판판이 굴복하거나 유착한 주류 언론기업의 행태를 큰 흐름에서 냉철하게 들춰낸다. 

그래서 어쨌다고? 저자는 명확한 방안을 제시한다. “비영리 독립언론만이 언론생태계를 바꿀 해법이다”라는 것. 

Q. 책을 읽게 된 계기? 

2000년대 초 KBS에서 신년특집을 기획하다가 CPI의 ‘전쟁의 횡재’라는 프로젝트를 봤다. 부시 정권이 일으킨 아프간, 이라크 전쟁으로 누가 떼돈을 버는지 추적한 탐사보도다. 자국이 전쟁 중인데 그런 보도를 하는 게 경이로웠다. 당시 국내에선 이라크 파병 문제로 국익 논란이 뜨거울 때였다. CPI 사무실이 있는 워싱턴으로 날아가 대표이자 편집장이던 찰스 루이스를 장시간 인터뷰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은 ‘국익과 진실’이라는 매우 어려운 주제의 신년특집 다큐를 살렸을 뿐만 아니라 훗날 뉴스타파라는 비영리 독립매체를 설립하는 데 큰 영감을 줬다. 

이후 미국탐사보도협회 IRE 콘퍼런스 등에서 만남을 이어갔다. 그는 지인을 통해 나에게 책을 보냈는데, 사실 그 전에 내가 먼저 사서 읽었다. (북카페에 기증한 책은 내가 직접 산 책이다)

Q.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다들 언론은 썩었고 기자는 ‘기레기’라 욕한다. 하지만 단순히 욕하는 것을 넘어서서 언론을 바로잡을 방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은 꼭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단순 비평이 아니라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니까.

Q. 가장 인상적인 부분

엄청 많지만 두 군데만 소개하겠다. 찰스 루이스는 CPI 산하에 ICIJ라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지금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라 알려진, 뉴스타파와 종종 협업하는 그 유명한 ICIJ다. 설립 초기 전세계 멤버 6-70명이 모여 워크숍을 하면서 기조 연설자로 전설의 탐사기자 밥 우드워드를 불렀다고 한다. 연설이 끝나고 한 멤버가 우드워드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그 길고 화려한 경력 동안 늘 정부의 권력 남용만 탐사보도하고 왜 거대기업의 권력남용은 단 한번도 취재하지 않았는가?” 밥 우드워드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런 대답으로 청중을 놀라게 했다. “사실 나는 그런 보도를 할만한 용기가 없었다”
이 에피소드가 던지는 함의는? 물론 다 아시겠지. 

또 하나는 1960년대 미국에선 PR 전문가와 저널리스트 비율이 1:1이었는데 2012년에는 4:1이 됐다는 것, 영국 4대 일간지 지면 분석 결과 통신과 PR 자료를 베끼지 않은 순수 취재 기사는 12%밖에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사례를 수없이 제시하면서, 찰스 루이스는 비영리 탐사보도매체가 언론생태계를 바꿀 새로운 대안이라고 역설한다. 

Q. 마지막 한줄평

권력과 주류 상업언론이여 “내게 거짓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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