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④ “탐사보도 종합선물세트” 최윤원 기자의 ‘세상을 깊게 보는 눈’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의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네 번째. 최윤원 기자가 소개하는 ‘세상을 깊게 보는 눈’ (황금부엉이, 2007년)입니다.  

Q. 책 소개 

탐사보도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2000년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27건의 탐사보도 사례를 10명의 기자와 PD가 소개한다. 취재를 시작한 계기, 자료 수집과 분석 방법, 문제 해결 과정, 주요 인터뷰이, 초고가 원고가 되는 과정, 설문지 내용까지 저자들의 취재 노하우가 상세히 담겼다. 탐사보도는 어떻게 하는 거지? 어떻게 하면 되지? 란 의문이 들 때 이 책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Q. 어떻게 책을 처음 읽게 됐나? 

2007년 4월 책이 출간된 당시에는 KBS 탐사보도팀 사무실에 책이 있어 자연스레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탐사보도팀에서 같이 일하던 성재호 선배(KBS 기자, 현 방송기자연합회 회장)가 저자 중 한 사람이다. KBS 탐사보도팀이 보도한 ‘고위공직자 재산 검증 시리즈’, ‘대한민국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하다’, ‘법은 평등한가?’ 사례가 네 번째 목차인 ‘대한민국 권력집단 해부’ 부분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선배들이 쓴 책이 나왔구나…’ 정도였지,  크게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해 말, MB가 대통령이 됐다. KBS에서는 더 이상 탐사보도를 할 수 없게 됐다. 탐사보도팀은 없어졌고, 선배들은 징계받고 지방으로 쫓겨나는 등 각지로 흩어졌다. 탐사보도가 뭐기에… 세상은 이전과 달라져 갔다. 

2008년 9월 MB집권 이후, KBS 탐사보도팀은 해체됐다. 당시 라면상자에 짐을 싼 뒤 찍은 기념(?)사진. 가운데 왼쪽 김용진 팀장(뉴스타파 대표)이 보인다. 맨 오른쪽 위 필자(최윤원 기자)

쫓겨나고 징계받은 선배들이 했던 탐사보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앞으로 내가 탐사보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고 싶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 도서관과 서점을 돌아다녔다. 탐사보도에 관련된 자료는 사례집과 책 몇 권이 전부였다. 그때 정독을 하며 다시 읽은 책이 ‘세상을 깊게 보는 눈’이다. 

그런데 당시 탐사보도팀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책도 함께 사라졌다. 1년 사이에 책은 이미 절판됐다. 중고 서점에서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어 가며 읽었다. 노트에 메모도 하고,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겠다 하는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책은 금세 포스트잇으로 가득찼다. 교과서와 참고서로 공부하는 것처럼 책을 읽었다. 이 책으로 탐사보도 공부를 한 것이다. 그 후 탐사보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며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재구매하기를 3번 반복했다. 세 번째 중고로 산 책은 아주 깨끗해서 북카페뉴스타파에 기부했다. 북카페에 기증된 책 중 나름 희귀본(절판본)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소개하고 싶은 대목 

탐사보도 시험이 있다면 문제로 반드시 나올만한 부분을 뽑아 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을 뽑으라니 난감하다. 나에게는 탐사보도를 위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책의 모든 것을 소개하고 싶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각 저자들의 보도 사례 목록을 소개하고 싶다. 만약 비슷한 주제의 리포트를 기획 또는 취재 중이라면 해당 부분을 찾아 읽으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최승호 MBC PD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 – 2005년 11월 22일

치과의 위험한 비밀 – 2006년 5월 23일 

이규연 중앙일보 기자

서울 최대의 달동네 신림동 ‘난곡’ – 2001년 4월 9일

가난에 갇힌 아이들 – 2004년 3월 22일

루게릭 ‘눈’으로 쓰다 – 2005년 11월 9일

김형구 세계일보 기자

기록이 없는 나라 – 2004년 5월 31일

정부 싱크탱크 대해부 – 2006년 10월 30일

주민등록에서 사라진 사람들 – 2006년 12월 18일

성재호 KBS 기자

고위공직자 재산 검증 시리즈 – 2005년 9월 13일

대한민국 파워엘리트 병역 실태 – 2006년 11월 23일

법은 평등한가? – 2006년 7월 12일

이정애 SBS 기자

한강에 버려지는 아이들, 영아유기 누가 왜? – 2000년 6월 20일

스무 살 윤락녀의 일기장, 팔려가는 여성들 ‘그곳은 감옥이었어요’ – 2000년 10월 22일

거리로 내몰린 여성들 – 1999년 11월 7일

조현철 경향신문 기자

예산 대해부, 나라살림 이대론 안 된다 – 2004년 9월 14일

19개 대학 예결산 대해부 – 2006년 5월 2일

이병철 부산일보 기자

지역대학 최우수 졸업자 뭐 하나 – 2005년 4월 25일

부산.울산.경남 후원금 네트워크 – 2006년 4월 17일

돌아오지 못한 원혼들 – 2005년 7월 19일

권혜진 동아일보 기자

6대 도시 화재 신고 출동 진화 시간 GIS 이용 첫 분석 – 2006년 2월 10일

부산권 인구 이동 – 2006년 7월 20일

한국기업 콕 찍는 소송 괴물 소송에 멍드는 미수출기업 – 2006년 8월 18일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행정정보공개 현장점검 알권리 충족 ‘빛 좋은 개살구’ – 2003년 9월 29일

정부 싱크탱크 대해부 – 2006년 10월 30일

이광호 국민일보 기자

사형수 63인 리포트 – 2006년 2월 17일

법 밖의 근로자 비정규직, 비정규직 800만 시대 – 2000년 12월 4일

월남 1세대, 그들이 사라진다 – 2005년 12월 20일

Q. 책의 도입부에서 기자들이 모여 ‘탐사의 조건’을 두고 토론하는데, 핵심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뉴스타파 데이터 팀장으로서 최윤원 기자가 생각하는 탐사보도와 데이터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저자들은 한국형 탐사의 개념을 세우고 좋은 탐사보도의 조건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했다. 마무리하며 탐사보도의 정의를 성급하게 내리기보다 성공적인 탐사의 요건을 추출해내는 게 언론인이나 비언론인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탐사보도의 조건을 정리한다.

  •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정의)
  • 새로운 추세를 보여준다.(참신)
  • 주제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파고든다.(심층)
  • 공중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안에 도전한다.(중요)
  • 발표한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발품’을 판다.(현장)

뉴스타파 데이터팀 팀장을 맡고 있는 탓에 ‘데이터저널리즘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데이터저널리즘을 한다고 하는 기자 100명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100가지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아직 잘 모르겠기에 데이터저널리즘을 하나씩 해가며 그 답을 찾으려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덧붙인다. 

내게 데이터저널리즘이란 좀더 좋은 탐사보도를 하기 위한 방법이다. 탐사보도는 논문, 연구보고서, 데이터 분석 결과, 인포그래픽 등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유는 그것이 저널리즘이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는 어떤 보도보다 저널리즘의 조건을 철저히,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널리즘(뉴스)의 기준은 명확하다. 

영국의 신문왕 노스클리프 경의 말을 빌리자면 

뉴스란 누군가는 감추고 싶어 하는 소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광고다.’

Q. 마지막 한줄평

이 책은 탐사보도에 대해 알고 싶은, 탐사보도를 하고 싶은 분께 드리는 종합선물세트입니다.

기부: 최윤원  구성: 조연우

기자와책③ “A good life.” 심인보 기자의 ‘워싱턴 포스트 만들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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