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책 소개를 간단히
제목 그대로 방송보도 실무를 다룬 교과서다. 방송기자의 자질과 기본기를 A부터 Z까지 떠먹여준다. 초판이 1988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했는데, 2016년 7판까지 개정판이 나왔다. 텔레비전 뉴스의 황금기에 태어나 유튜브 시대에도 살아남은 책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4판을 번역해 나왔다. 지금 보고 있는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ITN의 현장 사례와 보도 관계자들의 생각을 한가득 인용했는데, 읽다 보면 수십년간 보도 현장의 고민은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기사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 일을 어떡하지?’ 만국의 방송기자들이 대대로 겪어온 고민들에 대해 이 책은 답하고 있다.
Q. 홍우람 기자가 북카페에 기증한 실무도서만 해도 10권이 넘는데, 그중에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은 기증할 생각이 없었다. 다른 책에 섞여 딸려 갔다. 실무서적 중에 이 책 하나만큼은 간직하려 했는데… 북카페에서 잘 보관해주길 바란다.

2016년 어느날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 하루가 불안했던 때였다. 그해 초, 한 종편 채널로 이직하면서 얼떨결에 방송기자가 됐다. 그전까지는 좋으나 싫으나 글만 쓰면 되는 기자였고, 꽤 잘하고 있구나 하는 착각도 했다. 그래서 방송 뉴스도 쉽게 적응할 줄 알았다.
막상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고작 1분 30초짜리 뉴스를 녹음하는 데 30분씩 걸렸다. 한 선배 기자가 녹음실 문을 확 열어 제낀 적도 있다. “언제까지 읽고 있을 거냐”고 쏘아붙이는데 할 말이 없었다. 마감 시간 다가오는데 나 혼자 녹음실을 전세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야외에서 처음 ‘스탠드업'(기자가 직접 화면에 등장해 설명하는 보도 방식)을 촬영하는 날도 잊혀지지 않는다. 살인 현장이었을 거다. 천천히 걸으면서 15초짜리 멘트만 하면 되는데 실수를 20번은 했다. 촬영기자 선배가 “그냥 방송 하지 마라”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매일 내 목소리와 얼굴을 내고, 시청자를 만나야 했으니 괴로웠다. 당시 너무 불안하고, 하나라도 미리 배워두려고 실무서적들을 사모았다.
이 책의 저자는 서문에서 “험난한 방송기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제적 교본”이라고 자평한다. 그렇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면 이 일은 정말 ‘험난’하다.
알다시피 방송사 뉴스는 취재기자 혼자서 만들 수 없지 않나. 뉴스타파 역시 기본 제작환경은 다르지 않다. 촬영기자, 편집감독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 여러 전문인력의 손을 거쳐야 보도 한 편이 시청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기자가 취재현장에서 헤매고 있다면? 인터뷰가 계획보다 길어진다면? 원고를 늦게 쓴다면? 원고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보도에 필요한 영상이 없다면? 다른 직군 동료들이 기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뉴스 시간이 임박해온다면? 꿈에 그리던 좋은 보도를 하기는커녕 보도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 기다려주던 동료들은 피곤해 한다. 부족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이면 시청자들도 눈치 챈다. 저자가 “기자는 항상 현실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는 건 빈말이 아니다.
이 책에는 위에 언급한 상황에서 기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조언이 들어 있다. 나는 방송 보도의 거의 모든 걸 이 책에서 배웠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직설이 가득한 책이라서 추천한다.
Q. 기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알아두면 유용할 내용이 있을까?
보도 실무자를 위한 책이지만, 일반 시민들도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하는 때 아닌가. 이 책을 통해 방송뉴스가 제작되는 흐름과 기자가 실제로 일하는 과정을 이해하면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 완성도 높은 보도와 그렇지 않은 보도를 감별하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눈으로 뉴스타파 보도도 감시해주면 좋겠다.
Q. 본문에 밑줄 그은 곳이 상당히 많은데,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볼 때마다 새로웠다. 10년 뒤에 읽어도 밑줄을 치고 있을 거다. 3, 4년 전에 밑줄 그은 부분들을 보니 나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사가 가치는 있는데 재미가 없다’는 말은 뉴스보도에 대한 가장 잔인한 혹평이다.”
“뉴스 판단은 ‘저널리즘에서 태어난다. 날마다 신문과 잡지를 읽거나 다른 텔레비전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보는 데서 생긴다'”
“뉴스 아이템은 어떠한 경우라도 임시변통의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수준이 떨어지는 2류 아이템을 끼우거나 어설픈 애드립으로 시간을 채우는 일도 없어야 한다.”
“어떤 기자들은 마감시간에 쫓기거나 게으른 탓으로 자신이 잘 모르는 말을 독자들은 알겠거니 기대하면서 그냥 써버리는 위험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독자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은 절대로 방송해서는 안된다.”
“과장을 넣지 않고 기사가 될 수 없는 사건이라면 보도해서는 안된다.”
“기사는 글의 느낌과 발음의 매끄러움을 확인하기 위하여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보아야 한다.”
“기자는 자기 방송사가 보도하는 뉴스를 항상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처음 2초 동안 복장과 매너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인터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재원 접촉 시) 곧바로 가장 높은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결국은 윗사람에게 가보라고 말할 아랫사람들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취재)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공격적이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보다 확신감을 가지고 언제나 공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뉴스 리더(news reader)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필수적인 자질은 기사를 한 번 보고 즉각 읽는 능력이다.”
Q. 마지막 한줄평
고리타분한 책이다. 저널리즘, 취재 윤리와 원칙을 너무 쉽게 평하고 논하는 시대에 정말 중요한 건 고리타분한 기본기 아닐까. 한동안 생각이 바뀔 것 같지 않다.

기부: 홍우람 구성: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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