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⑧ “상처를 공유하는 용기” 조원일 기자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의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여덟 번째, 조원일 기자가 이야기하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도서출판 동아시아, 2017년)입니다.  

Q. 먼저 간단히 책 소개를 해 주신다면 

사회역학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의 첫 책입니다. 사회역학이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나아가 사회 구조 개선을 통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만성적인 허리 질환에 시달리는 IT 노동자에게는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보다도 눈치보지 않고 병가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직장 문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학문이라는 말이죠. 혹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흡연율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낮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같은 시선으로 한국의 대표적 집단 고통을 조명합니다. 세월호 희생자, 쌍용자동차 해고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삼성 반도체 직원들, 나아가 성소수자와 여성, 빈곤층이 몸으로 감내하는 고통의 진짜 원인을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의학적 시각으로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Q. 왜 이 책을 추천하셨나요?

문제를 겉으로만 조명하기보다 원인과 배경을 찾아 구조를 고치고자 하는 사회역학의 지향이 탐사보도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건과 현상을 오랫동안 깊이 보면서 가설을 세우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으로 차근차근 입증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사회역학의 사례들을 보면서 좋은 탐사보도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알게 됐는지?    

쌍용차 해고자들의 건강 연구 내용이 담겨 있다길래 읽었습니다. 

해고자에게 닥쳐온 주위의 시선과 궁핍이 우울증을 불렀겠거니 생각했지만, 어떻게 29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운명을 달리할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고 싶었습니다. 

▲밑줄과 포스트잇이 빼곡한 조원일 기자의 책

김승섭 교수의 연구 결과,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걸프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힌 미국 군인들보다 높은 비율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겪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전쟁터보다 참혹해진 일터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분란이나 일으키는 폭도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그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떠밀었던 것 같습니다. 

Q. 3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상황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가장 약한 집단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고, 건강 불평등 문제도 심각합니다. 책에서는 어떤 ‘길’을 제시하고 있나요?  

저자는 책 제목처럼, 아픔과 고통, 상처 속에 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맞은 놈은 펴고 자고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는 속담은 답이 아니라고 합니다.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성찰하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아파 본 사람, 당해 본 사람, 빼앗겨 본 사람은 그 일을 자꾸 되새기게 됩니다. 자신은 왜 고통스러운지, 고통은 무엇 때문에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 내가 선택한 해법은 일시적인 것인지 앞으로도 통하는 것인지. 

상처 받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공유하는 순간, 무엇을 인정하고 바꿔야 하는지 길이 보일 거라고 합니다. 동감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Q. 특히 공유하고 싶었던 대목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P 219

Q. 마지막 한줄평 

당신도 예외없이, 사람은 누구나 소수자라는 걸 알려주는 책. 

기부: 조원일  구성: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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