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⑨ “카메라를 들고 하는 고민들”…정형민 기자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의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아홉 번째, 정형민 촬영기자가 소개하는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바다출판사, 2017년)입니다. 

Q.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시기별, 작품별로 정리해 놓은 자서전 성격의 글입니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 시절 TV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겪었던 일, 영화의 준비과정, 제작과정 등을 본인의 시각과 철학으로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Q.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3년 전 일이라… 솔직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른 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미디어나 영화 서적 코너를 서성이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수도 있고, 그냥 딱딱한 커버에 옅은 아이보리 색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일단 손에 집어들고 책을 펼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누군가의 SNS에 올라온 한 페이지, 한 구절을 보고 무슨 책인지 찾아봤을 수도 있고요. 

Q. 북카페에 기증도 하고 이렇게 특별히 소개도 할 정도면, 우연히 접한 것 치고 상당히 인상깊게 보셨나 봐요.    

몇 장 읽다보니 좋았습니다. 우리 모두 가끔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나는 잘 살고 있나?’,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건가?’. 누군가에겐 수많은 자서전 중에 한 권, 혹은 유명한 감독이 기록한 그저 그런 일상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위안이라고 할까요, 뭔가 ‘위로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유명한 영화감독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글로 접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Q.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취재 현업에 계신 분들은 물론이고, 방송이나 영화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이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도 읽기 부담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생이라면 방송이나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고 제작되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방송이나 영화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른 제작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 본인과 비교해 가며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취재기자나 PD와 함께 일하는 촬영기자인 제 입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Q.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섬세한 표현으로 유명한 감독이기도 해요. 책에서는 뒷 배경으로 들려오는 소리나 먼곳의 소음, 작은 소품들도 현장감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정형민 기자도 오랫동안 영상촬영을 해 오셨는데, 이처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기만의 디테일이 있을까요?

영화감독의 입장이라면 촬영, 음향, 소품, 출연자 등 훨씬 신경써야 할 것이 많지요. 저는 방송이나 영화의 많은 요소들 중에 하나인 영상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촬영 부분의 디테일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카메라를 사용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빛’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빛’이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공간이나 피사체를 밝히고, 어둡게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빛, 그리고 조명이라는 것을 지금도 배워가는 중입니다. 빛은 색깔, 방향, 강도 등에 따라 같은 피사체를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해 내고,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지만, 잘못된 빛은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피사체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 빛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밝히는 역할의 빛, 그리고 가리는 역할을 하는 빛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늘 고민하겠습니다.

▼ 오래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Q. 마지막으로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에 다가가는 과정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아야 한다.” 

정형민 촬영기자는 2011년 3월 OBS에 입사해 언론에 몸담았고 2016년 뉴스타파로 옮겨 와 현재 뉴스타파 영상팀장을 맡고 있다. 탐사보도의 영상미를 탐구하면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만큼 일상의 소중하고 건강한 영상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기부: 정형민 구성: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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