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⑩ 한국 다큐의 도약을 꿈꾸며… 최승호PD의 ‘다큐의 기술’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열 번째. 최승호 PD가 소개하는  ‘다큐의 기술’ (문학과지성사, 2020년)입니다. 

Q. 책 소개 

다큐제작자 김옥영이 쓴 다큐를 만드는 기술과 그 배경에 담긴 철학에 대한 책이다. 김옥영 선생은 내가 오래전부터 존경해온 다큐 장인이다. KBS 다큐 작가로 많은 작품을 집필했고 지금은 다큐제작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그의 40년 간의 고민을 집약하고 있다.  

Q. 책을 처음 접한 계기가 있었는지?

1989년 다큐멘터리 조연출을 할 때 김옥영 선생을 작가로 모신 적이 있는데, 방송 뒤 대본을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가끔씩 읽어보곤 했다. 영상과 잘 조응하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좋은 글이었다. 김옥영 선생은  Docking이라는 다큐 잡지에 이 책에 실은 글을 연재해왔는데 나는 그 글을 여러 편 읽었다. 고맙게도 책이 나온 뒤 보내주셔서 읽어봤더니 토막 글에서 느낄 수 없는 드넓은 다큐관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Q.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나? 이유는? 

그동안 외국 다큐서적을 번역한 책이 많았는데 이 책은 한국 다큐의 역사적 배경과 현실, 그 속의 고민들을 담아내고 있어서 훨씬 가슴에 와닿는다. 저자는 원래 시인이었다. 시를 쓰다가 80년대에 갑자기 다큐멘터리 작가가 됐는데, 다큐라는 영상예술이 갖고 있는 특성을 포착해내고 언어화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강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또 방송다큐를 충분히 경험한 뒤 다큐영화로 폭을 넓혔는데 양쪽을 다 경험한 것이 준 성찰의 깊이도 느껴졌다.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 다큐가 이제 스스로 이 정도의 성찰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한국 다큐의 더욱 큰 도약이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현실을 담은 영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Q. 같은 다큐 제작자로서 특히 공감했던 대목을 소개해 주신다면?

저자는 책 여러 곳에서 ‘강요의 문법’을 쓰지 말고 ‘자발적 해석의 공간’을 열어두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강요의 문법’이란 학생들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하는 교장의 훈화처럼 ‘다큐 제작자의 메시지를 강요하는 화법’이다. 내레이션과 음악으로 꽉꽉 채운 방송다큐들이 흔히 범하는 잘못이다. 음모론에 경도된 영화다큐들에서도 흔히 보는 화법이다. ‘자발적 해석의 공간을 열어둔다’는 것은 제작자의 메시지를 관객이 스스로 느끼고 알아차리도록 하는, 아니 ‘관객이 스스로 느끼고 알아차렸다고 생각하도록 더 정교한 설득을 하는 화법’이다. 

이 대목은 내가 평소에 생각해온 것인데, 사람은 누구나 주체성을 갖고 있다. 남이 훈계조로 하라고 하면 맞다고 생각해도 거부하는 것이 사람이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사람의 주체성, 개별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가 방송을 처음 시작한 80년대 한국인들이 느끼고 있던 주체성과 지금 젊은 세대의 주체성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인간의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메시지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강요의 문법을 쓰는 다큐멘터리는 좋은 평가를 받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 대목은 나도 방송을 떠나 영화다큐를 만들면서 많이 고민한 부분인데 저자가 개념적으로 분명하게 설명해주니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음모론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발적 해석의 공간’을 더 두고 콘텐츠 수용자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화법을 더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 4대강 다큐 제작 현장에서 최승호PD(오른쪽)와 오준식 촬영기자

Q. 마지막 한줄평 

이 책은 한국 다큐멘터리의 첫 교과서다.

기부: 최승호 구성: 조연우 

기자와책⑨”카메라를 들고 하는 고민들” 정형민 기자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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