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족벌’ 포인트] 족벌 플러스① : 동아일보 사주의 ‘별장 파티’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가 ‘언론개혁’임을 보여주는 뉴스타파의 신작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관을 통해 절찬 상영 중입니다.

뉴스타파는 영화 ‘족벌’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족벌 관람 길잡이’로 <조선·동아 ‘누가누가 잘하나’> 시리즈를 연재하는데 이어 <족벌 플러스>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족벌 플러스>는 영화 길이나 구성 상의 이유로 최종본에서 편집됐거나, 영화가 다루는 시대 상황이나 중요 사건을 보다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골라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족벌 플러스> 첫 순서로 1970년대 초 동아일보 기자들이 박정희 독재권력의 언론탄압에 맞서 언론자유수호투쟁을 벌일 때 동아일보 사주는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보여주는 ‘덕소 별장 파티’를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김상만, 중앙정보부장과 정계거물 초청 ‘덕소 별장 파티’ 열어

1971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 산자락에 있는 한 한옥, 동아일보 사주인 김상만 회장의 ‘덕소 별장’에 정계 거물들이 모였습니다. 김상만이 당시 주한 미국대사 윌리엄 포터 환송연을 명목으로 개최한 파티였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동아일보 김상만 전 명예회장의 별장. 현재는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날 파티에는 김상만 회장과 김대중, 김영삼, 이철승 등 야권 정치인과 박정희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중앙정보부장인 이후락이 참석했습니다.

▲1971년 6월 덕소 파티 참석자 기념 촬영 사진을 그린 삽화.

당시 대선과 총선 직후 여야, 정관계 거물이 모두 모인 파티. 상식적으로 보면 큰 뉴스가 될만한 이슈였지만 정작 동아일보에는 이날 회동이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앙일보가 1면에 ‘여야 중진이 모여 윌리엄 포터 미국대사 환송연을 가졌다’고 보도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사에도 자세한 내막은 실지지 않았습니다.

▲1971년 6월 3일 중앙일보 기사. 

미국대사 보고서 “파티를 연 진짜 목적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한국에선 알 수 없었던 이날 파티의 배경과 구체적인 진행 과정은 의의로 미국 국립문서기록청( NARA)에 보관돼 있는 미국대사 월리엄 포터의 비밀 보고서에 담겨있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국립문서기록청.

포터 대사 보고서의 제목은 ‘선거 후 파티, 신문발행인이 자신의 신문을 보호할 수 있는 지름길’. 여기엔 파티 참석자 명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명단 맨 윗줄에는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비밀보고서 첫 페이지. 제목에 ‘선거 후 파티 또는 한국에서 반대편에 있는 신문발행인이 자신의 신문을 보호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적혀 있다.

왜 동아일보 사주 김상만은 당시 악명높던 중앙정보부장을 파티에 초청했을까. 윌리엄 포터 대사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김상만 발행인은 서울 근교  별장에서 선거 뒤 작은 파티를 열려고 하는데 내가 참여해 주기를 원했다…(중략)…박권상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솔직히 말하겠다며, 초청자 명단을 보여주면 그들은 100% 참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내가 김대중 씨는 자동차 사고로 아직 병원에 있지 않냐고 물었다. 박 국장은 “그도 올 거다. 하지만 그는 선거에 졌고, 우리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 더 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 윌리엄 포터 비밀보고서 내용 중 일부 – 

포터 대사에 따르면 당시 김상만 동아일보 사주가 파티를 연 목적은 이후락과의 만남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표면상 파티의 명목은 미국대사 환송연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사주가 박정희 정권의 핵심 실세인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자연스레 접촉하기 위해 미국대사를 등에 업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포터 대사 보고서, 파티에 ‘여성 동원’

포터 대사 보고서에는 이날 파티에 여성도 동원된 것으로 나옵니다.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의 비밀보고서 중 일부. ‘young women in miniskirts’라고 적혀 있다.

“놀랍게도 플랫폼에 미니스커트 차림의 젊은 여성 8명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나는 박 국장에게 물었다. “이게 뭐지? 파티가 여기서 열리나? 이 여자들은 누구지?” 그때 동아일보 선임에디터가 더 많은 여자들을 데리고 역에서 나왔다.”
– 윌리엄 포터 비밀보고서 내용 중 일부 –

그리고 윌리엄 포터 대사는 그날 파티에서 목격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도 서술했습니다. “밤 9시, 김상만 발행인과 이후락 정보부장이 서로 끌어안았을 때, 나는 ‘이제 됐다’ 이 시골의 목가적 풍경에서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만 가겠다고 선언했다.”
– 윌리엄 포터 비밀보고서 내용 중 일부 –

하지만 포터 대사는 동석자들의 권유에 못 이겨 이후락의 단골 ‘기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썼습니다.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의 비밀보고서 중 일부. ‘well-known kisaeng house’, 즉 유명 ‘기생집’이라고 적혀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조금이라도 권력의 눈에 거슬리는 기사를 쓴 언론인들은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에 불법 연행되고, 심지어 모진 고문까지 당했습니다. 이렇게 무자비한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언론사 편집국에 드나들며 일상적으로 취재보도와 편집방향을 간섭한 주체가 바로 중앙정보부였습니다. 

더욱이 당시는 권력에 굴복한 언론을 향해 대학생들이 언론사 앞에 찾아가 ‘언론 화형식’까지 열었고,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잇달아 ‘자유언론수호선언’을 할 때였습니다. 하지만 권력에 맞서 기자들과 함께 독립적인 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언론사주는 이면에서 이런 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현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할아버지인 김상만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

동아일보는 2020년 4월 1일 창간 100년 특집 지면을 통해 자사의 온갖 ‘찬란한 역사’를 자랑했습니다. 거기엔 독재 시절 권력의 탄압에 맞섰다는 내용, 기자들과 함께 자유언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언론 수호투쟁에 헌신한 기자 백여 명을 축출하고, 독재 권력을 찬양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창간 100년을 맞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뉴스타파의 블랙코미디 다큐멘터리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는 IPTV 3사(KT Olleh TV, SK Btv, LG U+ TV)와 홈초이스(케이블TV VOD), 그리고 Seezn, U+모바일tv, 네이버시리즈온, CJ TVING, WAVVE, 구글플레이, 곰TV, 카카오페이지, 씨네폭스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 관련 상세 정보는 다음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페이지 바로가기

* 뉴스타파 신작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는 뉴스타파 회원님들의 소중한 회비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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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홍주환
디자인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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