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⑫ 사람을 더하는 취재를 꿈꾸며…이명주 기자의 ‘마지막 목격자들’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열두 번째. 이명주 기자가 말하는 ‘마지막 목격자들’ (글항아리, 2016년)입니다.  

Q. 먼저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마지막 목격자들>이라는 책입니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유년 시절을 보낸 100여 명을 찾아 인터뷰하고 그들이 겪은 나치 점령과 전쟁에 관한 증언을 담았어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는데요. 작가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목격자들>, <아연 소년들>, <체르노빌의 목소리>, <세컨드핸드 타임> 총 다섯 권이 ‘유토피아의 목소리’ 시리즈를 구성해요. 개개인의 파편화된 기억이 모자이크처럼 모여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죠. 대하소설처럼 읽히기 때문에 다섯 권 모두 추천해 드려요. 

Q.  처음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마지막 목격자들>은 뉴스타파 노조가 주는 생일선물로 받은 책이에요. 한국전쟁 다큐를 준비하며 씨름하는 여러 고민과 맞닿아 있어 공부하듯 읽었어요. 졸지에(?) 책 소개를 하게 돼 전부터 가지고 있던 4권을 더해 전체 시리즈를 북카페에 기증하게 됐네요. 

Q.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작가의 유려한 표현을 빌리자면 그가 “역사를 사람의 크기로 작게 만드는 일”에 주력한다는 점이에요. 다시 말해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예요. 전쟁통에서 가장 고통받은 보편적 피해자의 목소리에 오롯이 귀를 기울이며 진실에 접근한 거죠.

이 작업의 중요성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해요. “살아있는 목소리들은 누군가의 고통이고 누군가의 비명, 누군가의 희생이나 범죄”다. 이것 없이는 “살아있는 역사 대신 정치적 대립과 편견의 반향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요.  

두 번째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낯선 진실’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 <아연 소년들>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전쟁의 참혹하고 비루한 실상을 폭로해요. 당시 소련 사람들에게 익숙한 위대한 승리의 서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검열과 탄압의 대상이 됐고 급기야 ‘의도적 명예훼손’으로 작가가 법정에 서기도 해요. 인상 깊게 읽은 작가와 출판 검열관이 나눈 대화의 일부예요.

검열관: 우리는 정말 어렵게 승리를 쟁취했소. 그래서 당신은 영웅적인 사례들을 써야만 하는 거요. 그런데 당신은 전쟁의 추악한 면만 보여주고 있소.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작가: 진실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p. 48>

Q. 다섯 권의 시리즈를 모두 읽으셨으니, 더 깊이있는 사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독서 소감이 궁금해요. 

기억과 기억을 잇는 나사는 느슨해졌고 삐걱거리는데도 구체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디테일의 농도가 진해요. 덕분에 어떤 증언은 시처럼 읽히고 어떤 증언은 영화를 보듯 당시 상황이 눈앞에 그려져요. 

가령 전쟁으로 고아가 된 어린아이는 ‘엄마와 아빠와 초콜릿의 부재’라고 그 시간을 회상해요. 소름 돋게 시(詩)적이죠. 폭격의 공포로 4살이던 여동생의 머리카락이 하룻밤 사이 할머니처럼 하얗게 세 버렸고 엄마가 동생의 머리를 밀어줬다는 이야기 다음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저는 요즘 사무실에서 암호화된 문서와 사투를 벌이는데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간접경험과 공감이 값져요. 이 일에 사람 얼굴을 더할 수 있기를 바라요.

Q. ‘영화를 보듯 눈앞에 그려졌다’는 말은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마지막 목격자들>에서는 아이들의 시각으로 말하는 전쟁의 기억이 과장된 수식어나 포장이 없어 오히려 더 잔인하기도 하고, 생생하게 와 닿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았던 대목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에게 각인된 에피소드가 있어요. 요약입니다. 

바지선 갑판에 포탄이 떨어져 탄약에 불이 붙었어. 병사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어. 나는 여자지만 수영을 잘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싶었어. 차갑고 미끈한 게 만져졌어. 그 병사를 데리고 강기슭에 도착했고 마침 하늘에서 신호탄이 터지면서 사방이 환해졌어. 그런데 내가 데리고 나온 게 사람이 아닌 거야. 상처 입은 흰 철갑상어였어. 어찌나 속상하고 화가 나던지 눈물이 났어. 이렇게 물고기까지 고통을 당하는 게 너무 속상해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p. 43> 

Q. 마지막으로 한줄평 

치열하게 기록한 ‘낯선 진실’로 익숙한 폭력대항하다. 

사람을 더하는 취재를 꿈꾸는 이명주 기자가 사투중인 뉴스타파의 한국전쟁 다큐는 2021년 6월, OTT서비스플랫폼 <왓챠>를 통해 공개합니다. 

기부: 이명주  구성: 조연우 

북카페뉴스타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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