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⑬ 특별편 “정성을 들여 산다는 것은…” 홍승표 회원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오늘은 특별한 분이 책을 골라주셨습니다. 뉴스타파 정기 회원이면서 북카페에 수십 권의 책을 기부해 주신 홍승표 회원이 소개하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 지음)입니다.  

Q. 북카페에 기부해 주신 책이 66권이나 되더라고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모두 도서관에 비치했던 책인가요? 

저희가 운영하는 <길동무 작은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맘껏 소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해에 한 번 정도 책을 덜어냅니다. 그 안에는 같은 책이 여러 권 있는 경우가 가장 많고요. 우리 도서관과 잘 안 어울린다고 판단한 책과 너무 낡은 책 그리고 시류를 타는 책 따위가 있습니다. 그렇게 골라 낸 책들은 작은 도서관을 처음 시작하거나 육아원(보육원)처럼 책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누는데 이번에 뉴스타파에도 보내게 되었습니다. 

뉴스타파가 어떤 곳인지 알고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읽은 만한 책, 즉 사회적 의미를 품고 있는 책과 누구나 읽어도 좋은 양서를 골라 봤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홍승표 회원이 북카페에 기부한 책 중 일부 

Q. 책에 대한 애정으로 도서관까지 만들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평소에 주로 읽는 분야가 있는지요? 회원님께 책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느 한 분야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제가 읽은 책들을 돌아보면 인문학 분야와 문학 분야의 책들을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 분야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아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문학 분야는 이야기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책이 때론 피난처가 되고 때론 저항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했는데, 아마 저도 책을 읽으며 너무 힘들 때는 그 속에 숨기도 하고, 싸워야 할 때는 저항하는 힘을 키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책은 제 삶의 친구였습니다.

▲홍승표 회원은 2018년 뉴스타파 달력 모델로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사진은 달력 촬영을 위해 <길동무도서관>에서 만난 최윤원 기자(오른쪽)와 홍승표 회원 가족(왼쪽부터 김명진, 홍승표, 홍사린)

Q. <기자와 책>코너에 소개할 책으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내드린 책 목록을 여러 번 살펴보다가 추천도서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책을 쓴 전우익 선생을 몇 차례 만나면서 작가의 진심을 느끼기도 했고, 그 뒤로도 오래 가까이 두고 읽었기에 무척 정든 책입니다. 농사를 지으며 자신과 세상을 성찰한 것을 꾸밈없이 담담히 보여주는데요. 참 사람으로 한 세상 살아갈 슬기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해 주신다면 

이 책은 경북 봉화에서 농사지으며 나무와 풀에게서 배우기를 좋아했던 농사꾼 전우익 선생이 9년 동안 소중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글입니다. 모두 열두 편의 편지에 신경림 시인이 쓴 발문까지 합쳐도 130여 쪽에 불과한 작은 책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 되새기며 읽게 만드는 내용이 많고, 편지 형태로 쓰여졌기에 마치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나무 이야기, 풀 이야기가 많은데 읽다보면 어느새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Q. 특별히 공감이 갔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았던 구절을 공유해 주세요. 

대부분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만 그래도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구절을 하나만 꼽는다면 첫 번째 편지 제목이기도 한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란 구절입니다. 사람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여도 금방 시간이 흘러가고 힘도 빠지기 마련이어서 실상은 크고 많은 일을 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언제까지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람의 본질을 잘 나타내주는 이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Q. 저도 그 구절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책에서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고 어울려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계속해서 말합니다. 어쩐지 이런 이야기들이 회원님 가족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에게 직접 만든 먹거리들 잔뜩 보내주시던 것도 떠오르고, 식구는 믿는 거라며 ‘가족’이라 쓰셨던 손편지도 기억납니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곳에 이렇게 정성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궁금해요. 더불어 뉴스타파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초창기 이근행 피디님, 미디어몽구, 노종면 앵커님이 청와대가 보이는 곳에서 진행할 때부터 마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은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자연스럽게 생각나니 그런 마음이 뭔가를 자꾸 보내고 싶게 했지요. 이런 작은 정성이 뉴스타파를 지탱해주고 지지해주는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뉴스타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론의 언론이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전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렸던 날, 서울역에서 노숙인에게 자기 옷을 벗어주고 돈까지 쥐여 준 시민에 대한 기사가 있었죠. 거기에 감명 받았다는 글보다 ‘이거 조작 아니야?’ 라는 댓글이 더 많은 걸 보면서, 이게 언론의 현주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언론인이 되고자 했는지, 점점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지는데요. 더 이상 감시자의 역할이 아니라 동조자가 되고 기득권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처럼 진실을 외면하고 시대를 외면하는 언론은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언론이 스스로 바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속에서 뉴스타파는 작지만 소중한 등불처럼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그 길을 가시길 부탁드립니다. 궁극에는 ‘탐사보도를 하려면 적어도 저 정도로는 애써야 하는구나’ 하는 모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뉴스타파를 응원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Q. 함께 잘 사는 삶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책 첫머리에 눈여겨봐야만 찾을 수 있는 작가의 한 마디가 적혀 있습니다. 우리 길동무 도서관이 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니 이 말씀과 잘 어울리기에 아래 문장을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적습니다.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2002년 10월 전우익 

Q. 한줄 독서평 

소박하지만 소중해서 막 나눠주기보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게 되는 책!

Q. 저희가 북카페를 오픈한 지 이제 6개월이 좀 넘었는데요, 책을 중심으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길동무도서관에서도 인문학 강의나 독서모임 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모임도 좋고,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길동무도서관 인문강좌는 청주에서 쪼금 유명합니다^^

무엇보다 누구라도 편하게 와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공간이 되게 하려고 마음을 많이 씁니다. 오시는 분들께 관심을 가지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거리를 적당히 유지합니다.

독서모임 중 윤독모임이 길동무도서관의 자랑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두 권의 책을 읽습니다. 고전 한 권과 시대정신을 읽는 책 한 권. 늘 바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와 토론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부담을 갖기 때문에, 2시가 되면 무조건 먼저 온 사람들이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책을 듣는 게 생각보다 매력적이고 다들 좋아합니다. 그렇게 읽은 책이 2년에 열 권이 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시간이 흐르면 상대방의 목소리만으로도 상황을 파악하게 되고, 보이지 않게 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써주게 되니 좋은 길동무들이 되는 시간이 바로 윤독시간입니다. 

또 소리를 내서 읽다보면 호흡도 깊어지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런 소모임으로 가져 보니 어려운 책도 같이 읽어 잘 넘어가더군요. 북카페에서도 이런 모임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부: 홍승표, 김명진

구성: 조연우

기자와책⑫ 사람을 더하는 취재를 꿈꾸며…이명주 기자의 ‘마지막 목격자들’ 다시보기 

북카페뉴스타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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