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⑭ 나와 닮은 이야기…연다혜 기자의 ‘기자포기’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의 ‘북카페뉴스타파’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열네 번째, 연다혜 기자(뉴스타파 데이터팀)가 소개하는 『기자포기』입니다. 

Q. 책 소개를 해 주세요

책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할게요. 

“2016년, 누군가는 포스트잇에 글을 적어 강남역 출구에 붙이고 누군가는 새로 나온 게임을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바다로 향하고 누군가는 촛불을 든 채 대로를 걷던 해다. 그 해,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그 길을 묻어둔 누군가는 이렇게 살았다는 기록을 또 다른 누군가 흥미롭게 읽어 준다면 좋겠다. (9쪽, 2018년 11월 10일 토요일)”

기자를 지망했지만 결국 그 길을 포기한 저자가 2016년 1년간 쓴 일기, 독립출판물입니다. 저자는 “빼어난 문장도, 유용한 정보도, 신선한 고민도 없는 뻔한 두려움과 실패의 기록”이라고 소개해요. 기자지망생의 삶이 그렇듯 인턴기자로 일할 때의 고민, 필기와 면접, 작문 기록, 필사한 문장 등이 적혀있어요. 그리고 문장 하나마다 기자지망생의 고민과 감정이 선연하게 읽힙니다.

Q. 독립출판물이라면 시중에서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됐나요? 

현직 기자이자 기자지망생 시절을 같이 보냈던 지인이 작년 봄, 인스타 비공개 계정에 책 일부를 발췌해 올렸어요. 첫 화면에 뜬 기자포기란 책 제목. ‘자포자기’라고도 보이는 이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두 번째 사진으로 넘겼어요. 

“이건 정말 평범한 일기입니다. 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에요. 기자 준비하는 분들께나 읽을 만할까요. 다른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꼭 제 말 안 듣고 보는 분 계시겠죠? 전 말했습니다. (3쪽)”

내가 써놓고도 남에게 보여줄 땐 꼭 ‘읽을 만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상념을 기록한 것이다’ 덧붙여놓는 저를 보는 것 같아 살짝 웃었습니다. 세 번째 사진으로 넘겼어요.

“단지 멘트 따는 코너의 인턴인데 왜 이리 두려울까. 두렵고 부담스럽다. 좀 잘 못 하면 어때서. 평생을 기자로 살면 난 행복할까? (76쪽, 2016년 5월 27일 금요일)”

콩닥콩닥 저 생각을 하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가슴이 뛰더라고요. 바로 독립서점을 찾아 구매했습니다. 

Q. 이 책을 추천하는 특별한 이유

이미 십여 명의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자와 책’을 소개했잖아요. 살펴보니 기자가 쓴 책도 있었고,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 책도 있었고, 편집이나 촬영 등 전문적인 실무 도서도 있더라고요. 후원회원분들께서 기대하시는 모습과도 닿아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좀 더 솔직한 고민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기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지망생 시절, 그리고 초년 시절의 고민이요. 저는 2016년 봄 뉴스타파에 합류했거든요. 그 해, 초조하고 불안해 매일 자책했던 나의 일기장과 이 책은 닮아있어요. ‘기자’라는 직함이 적힌 명함을 가지고도 여전히 기자가 되기를 소망하던 저를 이제나마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Q. 책이 일기 형식이라 금방 몰입이 되고 쉽게 읽혔던 것 같아요. 기자님은 혹시 일기 자주 쓰시나요?  

지금은 일기를 쓰진 않아요. 취재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브런치에 회고를 적어두는 게 전부입니다. 점점 말랑한 글은 쓰지 않게 되고 쓰더라도 공개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인턴사원, 인턴기자 시절에 썼던 일지는 이 책처럼 그날의 업무, 고민, 반성 등이 촘촘하게 적혀있어요. 날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적혀있지 않은데도 그날의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느껴져요. 지금은 그때만큼 매일매일 많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이 얇은 책에 밑줄 친 부분이 꽤 많던데요. 기억에 남는 구절 몇 개 공유해 주신다면    

페이지 순으로 골라봤습니다.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고 싶어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게 고마웠다. (20쪽,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게 자랑인 양 살았다. 그럴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나를 위로할 수 없는 사람은 남도 위로할 수 없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글은 결국 남도 괴롭힌다.⋯나의 고통에 한 번도 제대로 공감 받고 위로받은 적이 없는데 남에게 똑같은 걸 해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36쪽, 2016년 2월 26일 금요일)”

“글 하나 쓰는데 뭘 자꾸 그렇게 미루는지.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다. (60쪽, 2016년 4월 30일 월요일)”

“만일 누군가 눈앞에서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한다면,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로 참으라거나 힘내라거나 그딴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정말 힘들지, 조용히 다독거리며 쪼꼬우유나 하나 사 주는 게 상식이 됐으면 (68쪽, 2016년 5월 22일 목요일)”

“남의 상처를 후비고 있는 기분에 선뜻 질문을 잇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그런 나를 재촉했다. (81쪽,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오늘 들은 말. “기자 아가씨가 이렇게 예뻐도 돼요? 다음엔 남자친구랑 와요.” 어떻게 재치있게 공격할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그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 그냥 웃었다. (84쪽,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꿈을 꾸는 사람들은 확신에 차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재능과 노력과 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거꾸로 ‘넌 확고한 꿈이 있지 않았느냐’는 주변의 시선이 그들을 자유롭게 못하게 묶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172쪽, 2016년 12월 25일 일요일)”

Q. 언론사 입사시험을 흔히 언론고시라 부릅니다. 그만큼 준비과정도 힘들고 합격문이 좁다는 뜻이겠죠. 책 내용도 대부분이 기자를 준비하며 고통받았던 이야기예요. 기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 주시죠. 

개인은 모두 다르고 꿈꾸는 기자의 모습도 다르기에 제가 조언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고민의 시간 동안 자신의 밑바닥만 바라보지는 않기를, 스스로가 얼마나 풍성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본문에서 저자가 한 선배에게 질문을 합니다. 기자는 무슨 낙으로 사냐고. 이제 6년차에 접어드는 기자의 관점에서, 기자는 무슨 낙으로 사나요?  

사실 주변 분들이 제게 자주 물어요. 인생의 낙이 뭐냐고. 제가 그렇게 재미없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네요. 🙂 저는 저자처럼 일희일비하며 살아요. 예의 없는 전화 한 통에 마음에 생채기가 나기도 하고, 잘된 인터뷰 하나에 종일 싱글벙글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줄평

연다혜 기자는 2016년 뉴스타파에 합류한 이후 줄곧 데이터팀에서 일하고 있다. 주요 취재 보도로는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비밀>, <세월호 참사 규명 및 검증 보도>, <총선기획 국회작동법>, <국회 세금도둑 추적> 등이 있다. 지난해 말 개봉한 다큐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기부: 연다혜  구성: 조연우 

북카페뉴스타파 인스타그램 

기자와책⑬ 특별편 “정성을 들여 산다는 것은…” 홍승표 회원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다시보기 

덧글 2개

  1. 뉴스타파, 응원합니다.
    쓰레기 같은 언론들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과 같은 언론사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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