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족벌’ 플러스] 조선일보 일가의 수상한 해외 자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이 해외에서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 자금 가운데 상당액은 방 회장 자녀들의 미국 유학비 등에 사용됐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방용훈 회장 일가의 재산 관련 소송 관련 자료 등을 입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방 회장이 해외에서 거액을 복수의 제3자 명의로 관리, 송금한 사실, 그리고 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기록이 나온 만큼 해외자금 출처와 탈세 여부 등에 대해 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방용훈 회장의 부인 고 이미란 씨는 지난 2016년 9월, 남편에게 재산을 빼돌렸다는 등의 추궁을 받으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용훈 회장 측은 이 씨가 숨진 후, 친정 유가족에게까지 재산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어왔다. 처가 쪽에 관리를 맡겼던 500만 캐나다 달러가 자녀들을 위한 신탁자금이니 돌려달라는 취지다.

유가족 측은 맞고소를 제기했다. 이 소송은 고 이미란 씨의 언니가 사는 캐나다에서 진행 중이다. 

뉴스타파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방용훈 회장의 처형과 장모 명의의 계좌로 들어온 돈은 방용훈 회장 본인 명의가 아닌 4명의 제3자 명의로 송금됐음을 보여주는 이체기록 다수를 확보했다. 또 송금한 은행도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는 캐나다계 은행 CIBC였다. 

4명의 차명 송금인 중 한 명은 당시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이었다. 이 송금인의 주소도 일본 도쿄 조선일보 지사 사무실 주소로 확인됐다. 이 자금이 조선일보 일가와 관련된 비자금이 아닌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일본지사장 명의 등으로 수백만 달러 방용훈 처가 캐나다 계좌에 송금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금 이체 기록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제3자 명의로 방용훈 회장의 처형(김미경, 고 이미란 씨의 언니로 한국명은 이미경)과 장모(명 림, 한국명 임명숙) 공동명의의 캐나다 CIBC 은행 계좌에 송금된 돈은 모두  317만 3514달러다.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우리 돈 37억 원 가량이다. 송금은 1999년 12월부터 2002년 11월 사이에 4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기록만 이 정도 규모다. 일본에서 돈을 보낸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차명 송금자들, 조선일보·방용훈 회장과 관련된 인물로 확인

뉴스타파 취재 결과, 캐나다에 거액을 보낸 사람들은 조선일보나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고, 일본에 연고가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2002년 11월, 캐나다 계좌에 한 번에 12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4억 5천만원)를 보낸 백진훈은 하쿠 신쿤 현 일본 입헌민주당 도쿄도 신주쿠구 참의원이다. 백진훈은 부친이 한국인, 모친이 일본인인 재일동포 2세다. 그는 지난 2003년 일본으로 귀화해 이듬해 참의원으로 당선되기 직전까지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을 지냈다. 2002년 캐나다로 돈을 보낼 때 이체기록에 기재된 백진훈의 주소는 ‘토긴빌딩 822, 1-4-2’로 돼 있다. 이 주소는 일본 도쿄에 있는 조선일보 일본지사 주소와 동일하다. 

백진훈 씨의 아버지 백경석 씨는 1966년부터 일본지사장을 지낸 바 있다. 대를 이어 조선일보와 인연을 이어온 셈이다. 

방우영 전 조선일보 사장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에는 백진훈 씨의 부친 백경석 전 조선일보 일본지사장과의 인연이 언급돼 있다.

방우영 전 조선일보 사장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에 구체적인 일화가 나온다. 1960년대에 조선일보가 컬러윤전기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은행에 융자 신청을 했지만 거절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당시 일본지사 광고 담당자였던 백경석 씨가 현지에서 광고를 대거 유치해 조달한 자금으로 한국 본사가 컬러윤전기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공을 세웠다고 적혀 있다.

뉴스타파는 하쿠 신쿤 의원(백진훈)에게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2002년 11월, 방용훈 회장의 처형과 장모의 공동명의 계좌로 120만 달러를 송금한 목적 등을 질의했다. 

하쿠 신쿤 의원은 서면 답변에서 방 회장과의 관계나 송금 목적, 자금의 출처와 관련한 답변은 피한 채, “민간인이었던 당시 법인관계의 제반사정에 대해 답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의 법인 및 개인의 활동은 모두 적법했다”고만 답했다. 

백진훈이 캐나다에 돈을 보내기 2년여 전인 2000년 2월에는 마사오 하쿠라는 이름으로 미화 140만 달러가 캐다다의 같은 계좌로 송금된다. 

취재진은 공교롭게 백진훈과 같은 한국 성 ‘백’ 씨 (일본어 발음 ‘하쿠’)를 쓰는 또 다른 송금자 마사오 하쿠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하쿠 신쿤 의원에게 질의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1999년 12월에는 ‘JR Choi’라는 영문 이니셜을 쓴 사람이 방용훈 회장 처가 계좌로 56만 80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6억 4000만원)를 송금했다. 취재 결과 ‘JR Choi’는 방용훈 회장의 오랜 친구인 최중락 우일흥진 회장으로 확인됐다. 

우일흥진은 일본산 미용기구, 전자부품 등을 수입하는 무역회사로다. 최중락 회장의 이름은 지난 2003년 방용훈 회장의 부친인 방일영 전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작고했을 때 주요 조문객으로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바 있다. 

방용훈 회장과 최중락 회장은 지난 1989년 경기도 평택시의 인접한 부동산을 하루 차이로 나란히 매입한 사실도 확인된다. 방 회장의 동서 김영수 씨(고 이미란 씨의 언니 이미경 씨의 남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최 씨는 방 회장의 친한 친구이며, 함께 여러 번 만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최중락 회장에게 송금한 돈의 출처와 목적 등을 질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회사와 자택을 방문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일본에서 캐나다로 거액 송금…일본 외환당국 신고 의무

취재진이 입수한 이체 기록에는 ‘CIBC Interbranch Payment,’ 즉 캐나다 CIBC은행 지점간 송금이라고 적혀있다. 따라서 제3자 송금인들은 일본의 CIBC 계좌에서 돈을 송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계좌로 제3자들의 송금이 이뤄졌던 1999년에서 2002년 기간 적용된 일본 외환관리법에 따르면, 5백만 엔 이상(미화 약 5만 달러 이상)의 해외 송금거래에 대해서는 일본중앙은행에 송금 목적 등의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취재진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에게 자신의 처가 식구 명의 캐나다 계좌에 거액을 보낸 백진훈, 마사오 하쿠 등과는 어떤 관계인지 등을 물었으나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방 회장의 장남인 방성오 코리아나호텔 현 대표에게도 이 자금의 성격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역시 답변을 거부했다. 코리아나호텔 측은 이 해외 자금이 조성되는데 회사 자금은 개입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계좌로 보낸 자금의 송금인이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이고, 송금인의 주소가 조선일보 일본지사 주소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일보나 방 씨 일가와 관련해서 만들어진 자금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며 “그 돈이 캐나다에 있는 방용훈 씨의 처가 식구들에게 송금됐다는 것이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당시 일본의 외환관리법상 (신고 의무에 따라) 어떤 명목을 붙여 송금을 했을 것이므로 어떻게 신고가 됐는지, 또 과연 이 자금은 어디서 나와서 캐나다 계좌로 들어갔는지 전반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명 송금된 자금 상당액, 방 회장 자녀들 유학비로 쓰여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일본에서 캐나다로 반출된 자금 가운데 상당액은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방용훈 회장 자녀들의 학비와 체류비 등으로 사용됐다.

방 회장의 처형 김미경 씨와 장모 임명숙 씨 공동명의의 캐나다 계좌로 들어온 돈은 다시 수십개의 계좌로 분산 관리되다가 방 회장 자녀 3명의 미국 은행 개인 계좌, 또는 자녀들이 다니던 미국 소재 사립학교 계좌 등으로 송금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체 기록 등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30회에 걸쳐 모두 82만 7044달러가 이런 용도로 미국의 자녀들에게 송금됐다.

방 회장의 처형 김미경 씨는 방 회장 부부가 캐나다 계좌 돈을 자녀 유학자금으로 관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 소송과는 별개로 방용훈 회장의 자녀들이 어머니 고 이미란 씨를 학대한 사건과 관련해 2018년 3월 열린 공판에서 김미경 씨는 “2000년 이전에 이미란이 전화를 해서 ‘아이들 유학자금, 애들 생활비를 미리 부쳤으면 좋겠다. 언니가 심부름을 했으면 좋겠다.’ 라고 해서 제 계좌로 여러 사람들 이름으로 입금이 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방용훈 일가 해외 자금 확인…자금 조성 출처, 탈세 여부 조사해야

김 씨는 또 “지난 20년 동안 방용훈이 이미란에게 준 돈을 가지고 이미란, 방성오가 개인 체크를 가지고 돈을 썼다. 돈을 보내라는 데 보냈다. 심부름을 한 것 뿐이다. 10년 동안 방용훈 식구들이 관리, 최근에는 이미란이 돈을 다 관리했다. 체크북을 쓰면 이미란이 관리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방용훈 일가의 해외자금이 여러 계좌를 통해 운용되는 과정에서 증여세나 또는 다른 세금에 대한 탈세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외의 불법(행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국세청이 이 자금의 조성 경위와 운용 과정에 대한 관리과정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해야 된다”고 말했다. 

취재 김지윤
촬영 신영철 정형민 이상찬
편집 김은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취재지원 와세다크로니클(Waseda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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