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책⑯”과학기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김성수 기자의 ‘셀링 사이언스’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1층, 북카페에는 뉴스타파 제작진이 기증한 수백 권의 책이 있습니다. 매주 한 권씩 도서를 기증한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간 <기자와 책> 열여섯 번째. 김성수 기자가 말하는 ‘셀링 사이언스’ (궁리,2010년)입니다.  

Q.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미국의 과학사회학자 도로시 넬킨이 1995년에 펴낸 책입니다. 넬킨은 과학과 대중의 불편한 관계에 주목하고 이들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데 관심을 쏟은 학자죠.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언론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비교적 점잖은 부제를 달고 번역 출판됐습니다. 제목처럼 기본적으로는 언론과 과학기술의 관계를 들여다 보고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원제목인 ‘Selling Science’는 직역하면 ‘과학 팔아먹기’가 됩니다. 저자는 과학을 팔아먹는 주체로 언론뿐만 아니라 과학자 집단, 기업, 정책 결정자 등이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를 설명합니다.

Q. ‘과학사회학자’가 쓴 ‘과학기술’ 책이라니 분야도 낯설고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이 책을 처음 읽게 됐나요?

사실 처음 출간했을 때 읽어보려던 책인데 미루고 미루다 최근에서야 마음 먹고 읽었습니다. 제가 세월호 취재를 꽤 오래 했는데, 어떤 교수님이 이 부분을 높이 사서 학술지에 논문을 내보자는 과분한 제안을 해주셨거든요. 세월호 침몰 원인이 사실상 과학의 영역에선 규명되었지만 아직껏 사회적인 공인을 얻지 못하고 있는 데 언론의 책임이 있다는 게 대략적인 내용인데, 이 논문 준비를 위해 꼭 참고해야 할 책이었어요.

Q. 이 책을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된 직후 적잖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6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황우석 사태야말로 연구윤리를 저버린 과학자뿐만 아니라 검증 없이 상찬만 늘어놓던 언론, 대중의 환호에 기대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려던 정책 결정자들과 그 속에서 이윤을 빼먹고 싶어했던 자본이 모두 얽힌 사건이었으니까요.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과거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가능케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과거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정치, 경제, 사회, 윤리, 법적인 문제를 우리 앞에 제기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양면적 성격, 보건의료의 지역적 계층적 편중, 환경오염의 심화, 핵발전의 위험 같은 것들이죠. 황우석 사태도 그 가운데 하나이고요.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결국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라고 봅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그 발전을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죠.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이 당위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오늘날 과학기술의 성격은 어떤 것이고 과학기술과 사회가 맺는 상호작용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전문가 집단의 지식과 언어로 표상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과학기술의 내용과 사회적 의미 등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언론이 담당할 수밖에 없죠. 조금 규모가 큰 언론사는 과학 전문기자까지 두고 있고요. 그런데 만약 언론이 특정 과학기술의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사를 생산하거나 해당 과학자 집단이 원하는 방향의 보도만을 내놓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앞서 말했던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황우석 사태 당시 그나마 MBC와 프레시안의 분투가 있었기 때문에 거짓 배아복제실험 논문과 비윤리적 배아 수집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었던 걸 상기해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Q. 특히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나요? 

실제로 요즘도 신문과 방송에선 의학이나 IT 관련한 새로운 과학기술 보도가 거의 매일 나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시면 대부분이 화려한 수사를 곁들인 상찬인 경우가 많아요.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그렇게나 많은 훌륭한 과학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일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Q. 인상적인 대목을 공유해 주세요. 

저자가 인용한 <뉴욕타임스> 기자의 고백입니다. 

“난 최근에 과학기자 일을 정리하고 정치부로 옮겼어요. 정치 기사를 쓰니 예전에 과학기사를 쓰던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지더군요. (…) 과학기자가 과학계로부터 거리를 두기란 매우 어렵죠. 지금은 내가 지닌 기자로서의 타고난 감각을 동원해서 대통령에 관해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과학기자로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죠.” 

그러니까 과학기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능력은 바로 과학자의 말 또는 글을 잘 ‘받아쓰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받아쓰기를 잘 해주는 기자는 더 많은 과학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면서 자신이 과학자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믿게 되죠.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오히려 관리를 당하는 것은 기자들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자들은 과학자의 시각을 체화합니다.

“과학자를 객관적인 정보원으로 간주하도록 사회화된 기자들은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과 마주치면 자신들이 (과학자로부터) 들은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경향을 보인다. (…) 그들은 과학이 중립적 권위자이자 진리의 객관적 심판자라는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과학적 전문성에 무비판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을 강화한다. 그 결과 많은 기자들이 과학자들의 사고방식 내지 ‘프레임’을 받아들여 정보원이 정의하는대로 과학을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정보원이 특수한 편향을 분명하게 나타내 보일 때조차도 말이다. 이 때문에 미술, 연극, 문학은 일상적으로 비평에 노출되는 반면, 과학기술은 터무니없는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거의 항상 그로부터 면제된다.”

이렇게 되면서 과학자들이 언론을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이죠.

“과학자는 과학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책임만 맡은 통로 내지 도관으로 언론을 사고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과학 영역 내에서 하듯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흐름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은 언론의 목적이 과학을 홍보하는 긍정적 이미지 전달에 있다고 가정하며, 언론을 과학 목표를 추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

그래서 과학기술을 취재하는 기자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기자는 정보뿐만 아니라 이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학계의 사건에 단순히 반응해 이를 대중이 소비할 수 있도록 번역하고 명료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학 활동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함의, 의사 결정을 떠받치는 증거의 성격, 그리고 과학이 인간사에 적용될 때 갖는 힘뿐만 아니라 그것의 한계까지도 시민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요구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기자가 추구해야 할 ‘팩트’에 대한 충실한 취재와 비판적 해석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Q. 서두에서 세월호 취재로 인해 책을 읽게 됐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이 책의 핵심 내용이 취재에 중요하게 적용하기도 했는지 궁금합니다.  

세월호 얘기를 해보자면, ‘세월호 진상 규명’이라는 과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침몰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 실패 이유’죠. 이 가운데 침몰 원인은 명백히 과학기술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최초에 검찰이 선체를 인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침몰 원인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급히 발표했습니다. 조타수가 ‘실수로’ 타를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서 배가 왼쪽으로 넘어졌다는 것이었죠. 이건 선박항해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온갖 음모론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김어준 씨와 김지영 감독이 만든 영화 <그날, 바다>에서 제기한 세월호 항적 조작과 앵커침몰설이 대표적이고, 네티즌 자로와 이화여대 김관묵 교수가 <세월X>를 통해 주장한 잠수함 충돌설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앵커설이나 잠수함설에 대해서도, 과학자 집단과 기자들 모두 일체의 검증을 수행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대중 속에서는 나름의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혹이라는 식으로 음모론이 계속 확산된 거죠.

왜 그랬나 살펴보니, 조선해양공학 전문가 집단과 언론인 집단이 똑같이 세월호 참사 초기에 ‘공범’으로 지목을 받았던 게 원인이었어요. 전문가 집단은 ‘해피아’로 묶여 비난을 받았고 언론인들은 ‘기레기’로 비난받던 후폭풍 때문에 진상 규명 과정에서 마땅히 각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아예 나서지 않고 바짝 웅크려 있던 겁니다. 어쩌면 <셀링 사이언스>에서 과학과 언론이 서로를 활용해 이익을 취하려 애쓰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함께 침묵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한 셈이었죠.

이 가운데 더 나쁜 쪽은 언론이었다고 봅니다. 조선해양 전문가들을 적극 취재해 침몰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려는 역할은 아예 포기한 반면, <그날, 바다>나 <세월X> 같은 ‘음모론’에 대해선 검증도 없이 단순 소개하는 기사는 또 마구 쏟아냈거든요. 이건 <셀링 사이언스>에도 언급돼 있는 언론의 본질적 속성에서 기인합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 과학 관련 정보를 언론사에 배급한 ‘사이언스 서비스’의 초대 편집자 에드윈 슬로슨은 과학기자들이 대중의 지배적인 취향을 충족시킴으로써 독자를 놓고 경쟁 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선정성’을 향한 집착이죠.

하지만 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라는 과제를 놓고 언론이 선정성을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조선해양공학과 선박조종학 전공서적들을 사다가 공부하면서 취재를 했어요. 그 결과 항적조작설이나 앵커침몰설, 잠수함 충돌설 등의 음모론을 반박하는 검증보도를 내놓을 수 있었고, 세월호 침몰은 과적과 고박부실, 평형수 부족 등 복원성 불량이라는 관행적 악조건 위에서 항해 중 조타장치 고장이 스모킹 건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가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여러 학자들과 전문가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입을 열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언론은 과학이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일 때 감시하고 견제할 책임도 있지만, 반대로 과학이 공동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이른바 ‘멱살잡고 하드캐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의 세월호 취재도 그렇게 이어가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Q.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한 줄 평을 해주신다면?

‘중립적 과학’도 ‘객관적 언론’도 대중의 각성 없이는 불가능!!!  

김성수 기자는 2002년 iTV(지금의 OBS)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기자협회장, 공정방송추진위 간사를 맡았다. 2014년부터 뉴스타파에 합류해 메르스, 세월호 취재 등 보건, 공공안전 분야의 취재를 하고 있다.   

기부: 김성수 구성: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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