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시점으로 검사를 리뷰하다…저자 심인보, 김경래가 말하는 『죄수와 검사』

‘도서출판 뉴스타파’의  화제의 신간, 『죄수와 검사: 죄수들이 쓴 공소장의 저자 심인보, 김경래 기자를 만났습니다. 

⏶ 충무로 <북카페뉴스타파>에서 만난 김경래(왼쪽), 심인보 기자

심인보》

2005년 KBS 입사 당시 탐사보도팀의 모토였던 ‘권력과 차별에 맞서는 진실’이라는 말에 홀려 여기까지 왔다. <추적60분>에서 천안함 사건을 심층보도했고 박근혜 대선캠프의 ‘십알단’ 운영을 폭로했다. 2015년 뉴스타파로 옮겨 ‘친일과 망각’,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영상, 윤석열 아내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보도했다. 한때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을 진행했다. 아직은 여전히 홀려있다.

김경래》

고 1때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보고 기자를 꿈꿨다. 운 좋게 KBS에 들어갔지만 딥스로트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공기업 월급쟁이로 즐겁게 살다가 <미디어 포커스>를 제작하면서 좋은 기사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2013년 뉴스타파로 옮겼다. ‘MB의 유산 4대강’ ‘원전묵시록’ ‘이건희 성매매’ 따위를 취재했다. 2년 넘게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를 진행하면서 새벽에 일어나지만 않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스스로 실체보다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바로 잡고 싶지는 않다. 재밌는 소설 한 권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

파편화된 조각들이 하나의 서사로

Q <죄수와 검사>시리즈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이 넘게 이어졌는데요.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언제였나요? 보도를 하면서 계획했나요?

심인보: 보도를 하던 와중에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세 번째 시즌을 마치고 난 뒤에 지금까지의 보도를 묶어서 다른 콘텐츠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취재의 과정이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전·현직 죄수들을 하나씩 만나고, 그들에게 얻은 조그만 단서가 점점 모이면서 큰 그림이 그려지고, 이쪽에서 판 땅굴이 저쪽에서 판 땅굴과 연결되고, 검찰 ‘신성가족’과 금융재벌의 민낯이 밝혀지고, 마침내 청와대의 그림자까지 접근해갔던 일련의 과정들은 지금 생각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정도로 짜릿했습니다. 제보자들의 도움과 저희의 노력과 우연이 겹치면서 보기 드문 ‘그림’이 만들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과정만 극적이었던 게 아니라 과정을 통해 밝혀진 내용도 검찰개혁이라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현안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었죠. 

그런데 기사는 시리즈라고는 해도 워낙 조각 조각 파편화되어서 취재 과정과 결과를 한눈에 알기 어렵죠. 그래서 좀 더 호흡이 길고 서사가 일관된 다른 콘텐츠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경래: 좀 뜬금없지만 죄수와 검사를 취재하면서 판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흥부전을 보면 흥부 형제가 골격이지만 제비 얘기도 한참 나오고 박타는 장면이라든가 밥먹는 장면이 갑자기 길게 들어가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런 이야기가 좋아요. 너무 직진하고 않고 다른 가지가 많이 붙는 이야기. 

죄수와 검사를 보면 처음에 제보자 X로 시작하지만 조브라더스 이야기가 나오고, 고교 동창 스폰서가 등장하고 김형준 검사가 나오고… 1부만 해도 그렇죠. 끊임없이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그 인물들이 다시 만나고요. 한명숙 사건만 해도 제보자 X로 시작해서 한만호로, 죄수 H로, 김 씨, 최 씨로 계속 흘러가거든요. 이건 책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권 안에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얹어 놓으면 전체가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심인보: 처음에는 사실 웹툰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웹툰 만드는 기획사와 접촉을 해보니 이게 워낙 방대하고 기사의 형태로 되어있다보니 곧바로 웹툰 구성안을 만드는 작업이 어렵겠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잘 정리된 텍스트 형식의 콘텐츠가 먼저 있어야할 것 같다고. 그래서 방향을 틀어 책을 내게 됐습니다. 책 자체로도 읽을 만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나아가기 위한 베이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죄수들의 시점으로 검사를 ‘리뷰’하다

Q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독자를 염두에 뒀나요? 어떤 분들이 책을 읽기를 바라나요?

김경래: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 개혁은 정치권의 큰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 대전’을 겪고 난 뒤에는 양상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넌 조국 편이냐 아니냐, 그래서 넌 윤석열 편이냐 아니냐, 그 자리에는 추미애가 들어가도 좋고, 한동훈이 들어가도 좋고, 박범계가 들어가도 말이 되지요. 검찰 개혁이 내용은 사라지고 정치 엘리트들 간의 권력 싸움으로 들어가버린 겁니다. 

그런데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서 검찰 개혁의 본질까지 바뀐 것은 아닙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그 독점적 지위를 통해 만들어 낸 해악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입니다. 쉽게 말하면 검사가 수사를 잘못해도, 검사가 수사를 조작해도, 검사가 기소를 마음대로 선택해도, 그 누구도 적절하게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을 바꾸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검사의 수사를 제대로 리뷰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한번 해보는 거죠. 검사를 제외하고 사건에 가장 깊숙하게 개입된 사람, 사건의 필수적인 구성요소, 죄수들의 시점을 빌려서 말입니다. 

검찰 개혁은 실패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검찰 개혁의 과정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느리지만 훨씬 진지하게 

Q 기사 쓸 때와 책 쓸 때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심인보: 등산에 비유해 말하자면, 기사는 한 편 한 편이 산을 올라가는 한 국면입니다. 올라가는 것 자체에 집중을 해야 하는 거죠. 어디가 단단한 바위인지 그래서 어디에 발을 디뎌야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을지, 앞에 놓여져 있는 다리에 발을 올려놓으면 끊어지지는 않을지.. 신경 써야할 게 너무 많죠.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조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반면 책은 이미 산의 정상에 올라간 뒤에 올라온 과정을 복기하는 것과 비슷해요. 정상에서 올라온 길 전체를 조망해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 확인한 이런 팩트가 전체의 등반 과정에서는 이런 의미가 있었던 것이구나 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그래서 책을 쓸 때는 이야기의 흐름과 그 의미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때 그때 출판된 기사를 따라 읽는 것도 나름 박진감이 있으셨겠지만, 책을 읽으면 저희의 취재가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의 흐름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회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훨씬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김경래 기자는 이게 첫 저서인데요. 집필 과정에서 특히 신경쓴 부분이 있었나요?

김경래: 저는 책에서 한명숙 편을 썼습니다. 아무래도 그쪽 얘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지요. 한명숙 사건도 검찰 개혁하고 양상이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명숙이 돈을 받았다는 쪽과 검찰이 조작한 사건이라는 쪽이 대립하는 거죠. 그런데 양쪽 다 100%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잖아요. 이 부분을 쓰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니까요. 이른바 한명숙 사건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의 과정과 제 나름의 결론을 책에서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Q 책 집필이 끝날 때쯤 검사 위증교사에 대해 최종 불기소 결정이 났죠.  

김경래: 일단 제가 혹은 뉴스타파가 정치인 한명숙의 편을 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한명숙이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저는 꽤 유보적입니다.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이 부분도 궁극적인 책임은 검찰에게 있어요. 수사를 잘못한 겁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스스로 버렸어요. 

문제는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걸 넘어서, 그걸 만회하려고 무리를 했다는 점입니다. 재소자들, 즉 죄수들을 동원해 위증을 하도록 교사했다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죠. 검사의 위증교사에 대한 증거나 정황은 꽤 취재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걸 기소하느냐 마느냐는 역시 검사들이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당연히 기소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검사의 위증교사를 기소하면 본인들의 수사 전체를 부정하는 결과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검사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요. 조직의 명운을 걸고 막았을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쉽지만 예상했던 결정입니다. 

Q 기사와 책 쓰기의 차이를 등산에 비유해 얘기했는데, 쓸 때도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측면에서도 조금은 다를 것 같아요. 이 책이 어떤 변화를 불러오기를 기대하나요?

심인보: 담론 시장에서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기사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사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대신 금방 휘발되어 버린다면 책은 조금 느리더라도 훨씬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출판 시장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정제된 형태로 정리되어 있는 주장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저희가 기사보다는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조금 더 진지한 형태의 질문을 사회에 던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사가 화려하게 포장된 꽃다발이라면, 책은 나중에 나무로 자라날 수 있는 씨앗을 하나 심는다는 느낌이랄까. 

따라서 저희가 책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는 느리더라도 좀 더 확실하고 불가역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사처럼 당장 여론이 들끓고 누군가 구속되고 감찰이 시작되고… 그런 것을 기대하는 대신 독자들의 마음 속에 검찰개혁의 불가피성이라는 씨앗이 뿌려져 나무로 자라나기를 기대합니다. 해외의 탐사보도 매체들이 유의미한 기사들을 책으로 묶어 내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Q 씨앗이 나무가 되려면 잘 팔려야 할 텐데요 

김경래:검찰 개혁이라는 화두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매우 비관적입니다. 다만 읽는 재미로 승부한다면 그래도 종이에게 미안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기대합니다. 

Q 책 구입을 망설이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김경래: 표지 색깔도 무겁고, 제목은 죄수와 검사고, 출판사는 뉴스타파고. 독자에게는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다, 이야기에 충실하다는 걸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뉴스타파라는 곳이 어떻게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고요. 

언제나. 항상. 일상적으로.  

Q 검찰개혁 프로젝트는 계속되나요?

심인보: 죄수와 검사를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보도했지만 여전히 다루지 못한 얘기들이 남아 있습니다. 마무리는 해야죠. 

김경래: 검찰의 수사 과정이나 기소 과정을 개선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우여곡절을 계속 겪고 있지 않습니까. 일회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항구적인 개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타파가 다루는 사건들도 대부분 검찰의 수사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단순한 강력 사건부터 정책 과제까지요. 검찰의 수사나 기소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는 언론이 언제나 항상 일상적으로 감시해야 할 대상입니다. 

인터뷰진행/구성: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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