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멈춰진 한반도 시계

이 작품은 뉴스타파함께재단과 리영희재단이 2020년 공동으로 선정, 제작비를 지원받아 제작한 첫 번째 독립 다큐멘터리이다. 두 재단은 자본과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독립 언론(인)을 지원하고, 망가진 언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서재권 독립 감독이 제작한 다큐를 공개한다.  - 편집자 설명 

경의선,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철도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특히 경의선은 한반도 근현대사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경의선은 서울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연결하는 총 499㎞의 철도이다. 지금은 서울역∼문산역 52.5㎞만 운행하고 있다.경의선은 신산했던 한국인의 삶을 응축해 보여준다. 120년 전인 1901년 경의선 건설은 대한제국의 자주적 근대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군의 주도로 부설되며, 경의선은 일본 제국주의의 착취와 수탈, 침략 전쟁의 첨병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은 경의선의 개통과 함께 더욱 착취당하고 유린당했다. 침략 전쟁의 승리와 황군 만세의 선동 문구가 인쇄돼 있는 당시 ‘철도 도시락’ 포장지가 흉물처럼 다가온다. 징용 당한 젊은 병사와 한국인의 고혈을 짜 공출한 전쟁 물자를 싣고 달리던 경의선은 식민의 압제와 고통을 상징한다. 이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옛 기관차가 전쟁 무기인 탱크, 전투기와 나란히 보관·전시돼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전시돼 있는 옛 기관차 

해방 이후 1950년 6월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미군의 폭격으로 철도는 파괴되었다. 공중 폭격당한 경의선은 잔혹한 전쟁의 상흔이다. 남북 간 철도의 왕래는 1953년 정전 협정과 함께 완전히 끊겼다. ‘철길’을 대신해 ‘철조망’이 한반도의 허리를 칭칭 휘감고 있다. 분단 체제를 극복하려는 남북한의 노력이 더러 있었지만, 매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녹슨 경의선은 분단, 단절, 불통의 원형 상징이 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열차 

2000년대 들어 남북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남북 철도 연결사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끊긴 철길을 다시 연결하는 것은 남북의 의지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외교 전략도 변수가 되었다. 

바다 건너 일본인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철도창가’를 즐겨 부르고 있다. 그런데, ‘철도창가’ 중에는 식민지 피지배를 경험한 우리가 듣기에 매우 불편한 대목이 많다. 특히 ‘만한철도창가'(일본 도쿄에서 만주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철도)의 노랫말 곳곳에 식민지 조선의 섬뜩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만한철도창가의 가사 중 일부 

우리는 경의선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고 있다. 철마가 녹슬었듯, 경의선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세기, 한국인들은 주변 강대국의 갈등에 휩싸이며 오욕과 굴종을 강요받았다. 앞으로의 100년은 자기 결단과 함께 한국인 스스로의 삶을 지켜나가야 한다. 멈춰 선, 녹슨 경의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임진각에 전시된 녹슨 열차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던가.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경의선의 과거·현재를 돌아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본다.  

취재.글.구성 서재권 독립감독
촬영 서재권 박승국
제작비 지원 뉴스타파함께재단 리영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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