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센터가 만난 사람들② 대학생 프로젝트팀 ‘라포필름’과 상도동 사람들

며칠 뒤, 도쿄 하계 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이벤트가 마냥 즐겁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만이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성대한 잔치에 감춰진 ‘흑역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도시 정비, 환경 개선, 경관 개선 등의 이유로 벌어진 강제 철거와 퇴거 그리고 폭력입니다. 2008년 올림픽이 열렸던 베이징에선 100만 명이 넘는 빈민층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런던, 서울도 예외는 아닙니다. 상계동 등 수많은 달동네를 철거하고 주민을 쫓아내는 과정을 담은 김동원 독립 감독의 영화 <상계동 올림픽>이 생각납니다.

지난해 뉴스타파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에 뽑힌 학생들도 ‘살던 집을 잃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취재했습니다. 이번엔 상계동이 아니라 ‘상도동’입니다. 

[대학생탐사공모] ‘상도동 이야기’ 1부, 내몰린 사람들
[대학생탐사공모] ‘상도동 이야기’ 2부. 도시의 끝자락으로

뉴스타파함께재단(이사장 김중배)은 오는 가을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을 보다 충실하게 개편 중입니다. 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뉴스타파 제작진의 탐사보도 노하우를 공유하고, 저널리즘의 공익적 가치를 배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7월 6일,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북카페에서 ‘상도동 이야기’를 취재 제작한 대학생 모임, ‘라포필름’(이정숙, 김세민, 신지혜, 정용환, 한지윤)을 만났습니다. 


▲(왼쪽부터) 신지혜, 김세민, 정용환, 한지윤 학생

Q. 왜 ‘라포필름’인가요?
라포(rapport)라는 것이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관계, 유대라는 뜻이잖아요.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했어요. 취재 대상인 상도동 철거민 분들과 유대를 맺고 소통을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요. 그래서 우리 프로젝트의 제일 중요한 덕목인 ‘라포’와 영상을 의미하는 필름을 더해서 ‘라포필름’이라고 팀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실제로 마지막엔 주민분들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저희 중에 한 명이 현장에 안 온 날엔 주민분들이 안부도 물어봐 주시고(웃음). 영상에도 주민들과 라포필름팀이 같이 밥 먹는 장면, 서로 살갑게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컷이 라포필름의 ‘라포’가 잘 담긴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상도동 주민 이상기 씨의 생일, 학생들과 같이 케익을 나눠먹고 있다.

Q. 어떻게 꾸려지게 됐나요?
사실 라포필름은 16명이에요. 그중에 뉴스타파 공모전은 인원 제한 때문에 언론에 관심이 많은 5명만 작은 팀을 다시 만들어서 지원을 했습니다.
15명의 팀원은 팀장 격인 정숙이(이정숙)가 SNS에서 모집을 했어요. ‘상도동 재개발 지역을 취재하고 있는데, 같이 할 팀원을 구합니다’라는 글이 인스타 피드에 올렸어요. 이를 보고 모두들 같이 하겠다고 손든 거죠. 평범한 취준생, 학보사 출신 학생, 언론인 지망생, 영화인 지망생들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숙이와 정숙이의 친구 15명, 총 16명이 모였습니다(웃음).

Q. 인원이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모두 학생들이다 보니 자기 일상이 있잖아요. 인턴도 해야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토익시험도 봐야 하고, 학교도 다녀야 하고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16명이 조금씩 취재하고 자료조사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2020 뉴스타파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에 지원한 계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300만 원의 취재비 지원 때문입니다. 라포필름의 최종 목표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영화를 만들려면 제작비가 필요하잖아요. 그러던 와중에 뉴스타파함께재단에서 300만 원의 취재비를 준다고 해서 ‘일단 이걸로 시작해보자’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어요. 
두 번째는 우리가 제대로 취재를 하고 있나? 우리가 영상은 잘 찍고 있는 것인가? 이런 것을 확인받고 싶었어요. 그리고 배우고 싶었고요. 그런데 마침 뉴스타파 탐사보도 공모전은 멘토링을 지원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멘토였던 한상진 기자님한테 많이 배웠습니다. 
세 번째는 뉴스타파 공모전이라면 우리 이야기를 조금 더 알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대학생 공모전 선정 작품은 프로젝트 완료 후, 뉴스타파 채널을 통해 출판된다고 나와있더라고요. 그래서 지원했어요.

Q. 프로젝트 얘기를 해볼게요. 제목이 <상도동 이야기>인데요.
제목 그대로 상도동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재개발로 인해서 집을 잃으신 분들의 삶을 추적하고 취재한 그런 내용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재개발은 중요한 이슈잖아요. 철거민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이 쫓겨난 분들이 어떤 과정으로 집을 잃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주로 담은 프로젝트입니다.

Q. 재개발 이슈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데 주제로 택한 이유는?
재개발 지역 주변의 주민들이 철거민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선이 충격이었어요. 저는 상도동 근처에 있는 대학을 다니거든요. 학교 주변에서 철거를 하고 실제로 거기 살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는데 모두 무덤덤한 거예요. 아파트를 지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그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Q. 상도동 재개발 지역의 특징이 있었나요?
상도동 재개발 지역만의 특성이 있어요. ‘민영개발’과 ‘공영개발’ 이 두 가지 재개발 유형이 왔다 갔다 하면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았어요. 결국 민영개발로 가면서 주민들의 거주권이 인정되지 않았죠. 저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제도와 법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 됐어요.


▲철거 전 상도동 재개발 지역

※민영개발과 공영개발의 차이는 ‘상도동 이야기 1부’에 자세히 나와있다.

Q. 프로젝트의 목표는?
당연히 완성?(웃음) 저희도 취재를 하면서 의미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우리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단순히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우리가 팀명을 ‘라포필름’으로 지었잖아요? 그래서 취재 후반에는 정말 철거민분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그런데 그때 그분들께 많이 미안해지더라고요. 우리가 물론 좋은 뜻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프로젝트를 위해 이 취재원들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우리들 자신한테 물었어요. 나는 정말 이 취재물로 이분들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많이 물어봤어요. 
지금은 최소한 이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이분들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것을 소명으로 하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시 정리하면 철거민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게 목표죠.
그리고 이 의미, 소명에 대한  질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요. 나는 왜 이 취재를 하고 영상을 만들고 있는가? 이런 고민은 이 공모전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더 깊어진 거 같네요.

Q.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쉬운 점은?
반론 인터뷰를 못 실었어요. 저희 취재에 호의적이지 않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분들이 많았어요. 이를테면 그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이런 분들은 인터뷰를 안 해주시더라고요. 시공사 측의 반론권도 싣고 싶었는데 이것도 확보하지 못했어요. 이 부분을 마지막까지 많이 노력을 했는데 끝까지 인터뷰를 거부하시더라고요. 아쉬워요.

Q. 쉽지 않은 취재인데, 위험하지 않았나요?
촬영하면서 용역에게 카메라 SD카드를 뺏긴 적이 있어요. 보통 재개발 현장으로 들어갈 때 용역들과 실랑이가 있어요. ‘여기는 왜 왔냐?’ 등 이것저것 물으면서 못 들어가게 방해하죠. 그래서 여럿이 취재를 같이 가는데, 어느 날 혼자 취재를 간 적이 있어요. 이때 다른 사람이 촬영을 못해주니까,  카메라가 달린 펜을 옷에 꽂고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이 펜 카메라를 용역이 발견하고서는 펜을 낚아채서 망가뜨렸죠. 부러지면서 공교롭게 SD카드가 하수구에 빠졌어요. 그 펜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아예 사라진 거죠.

Q. 철거현장이 무섭지 않았나요?
용역들이되게 위협적이긴 했어요. 왜냐하면 철거가 있는 날에는 저희가 새벽부터 계속 현장에 있으면서 취재를 하니까, 용역들 눈엣가시였나 봐요. 용역들이  지나가면서 저희한테 계속 소리를 지르거나 ‘너네 왜 여기 있냐’ 이러면서 욕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 것을 듣다 보면  좀 무섭기도 했죠. 어두운색 옷을 입은 덩치 큰 사람들이 일렬종대로 서 있으니까 상당히 위협적이고 무서웠어요. 그래도 다행히 누가 다치거나 그런 적은 없었어요.


▲정형민 뉴스타파 영상취재팀장이 촬영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Q. 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영화 제목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입니다. 한글로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뜻인데요. 집이라는 곳은 가장 안전하고 즐거워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철거민들에게 집은 그런 공간이 아니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반어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 관용구가 반어법으로 많이 쓰이기도 하더라고요. 

Q. 영화는 언제 볼 수 있나요?
원래는 올해 9월 제작 완료가 목표였는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확답은 못하겠네요. 뉴스타파에게 받은 제작비가 아직 남아있으니, 이 돈으로 얼른 완성해야죠(웃음).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앞에서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이번 취재에서 배운 것은? 
멘토인 한상진 기자님이 마지막 만남에서 한 이야기를 대신할게요. “멋을 내지 말고 청년들의 시각으로 다듬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만의 시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한마디였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영상을 제작하면서 막힐 때마다 기성 언론의 결과물을 참고했던 거 같아요. 레퍼런스가 새로운 창작을 위한 재료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들 몫이잖아요. 나만의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Q. 탐사보도 공모전에 참여할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꼭 팀으로 지원하세요. 그래야 서로 의지하면서 끝까지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거든요. 저희도 막상 지원작으로 선정되니까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거잖아요. 그냥 막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나름대로 잘 했다고 생각한 것도 멘토 앞에 가면 작아지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솔직히 있죠. 그럴 때마다 옆에 동료가 있으면 힘이 되고 어떻게든 서로 의지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또 얘기하게 되는 거 같은데, 자신만의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하세요. 한상진 기자님이 ‘기성 언론을 꼭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는데요. 20대들이 가질 수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끝>

글 정리 장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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