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감독·독립PD와의 연대와 협업과 함께 뉴스타파함께재단(이사장 김중배)이 중하게 여기는 임무가 미래 언론인의 교육이다. 언론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다 못해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올바른 저널리즘’ 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2016년부터 매년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무료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389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지난 7월 31일 8기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마치던 날, 수료생 중 한 명이 뉴스타파함께재단 후원 회원에 가입했다. 누굴까 반가운 마음에 궁금했다. 그는 스쿨 수강 사유를 이렇게 적었다. ‘소식을 받아 전하는 기자가 아니라 소식을 찾아내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20대 중반으로 기자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이었다. 현재 모 언론사에서 인턴 중이라고 했다. 더위가 조금씩 가시고 가을 바람이 찾아오던 지난 8월 24일 저녁,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데이터저널리즘 스쿨 수료생이자 함께재단의 후원회원이 된 원세영 씨를 만났다.
▲원세영 수료생
Q. 소개해주세요
이번 8기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수료하고 감동받아서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원세영입니다. 지금은 취업 준비하면서 작은 경제지에서 인턴을 하고 있어요. 또 기자 지망생이기 때문에 틈틈이 신문 읽고, 책 읽고, 논술 쓰고 있습니다.
Q. 기자가 되려는 이유는?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그런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 세상을 바꾸는 것을 꿈꾸는 사람에게 기자만큼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요?
Q. 언론이나 기자에 대한 평판이 매우 좋지 않다. 그래도 기자를 꿈꾸나?
맞아요. 요즘 그런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해요. 친구들도 하고 심지어 엄마도 그런 말씀을 종종 하세요. 그런데 ‘기레기’가 아닌 기자들도 있잖아요. 분명 진짜 노력하는 기자가 있단 말이에요. 제가 기레기가 안 되면 되는 거니까요. 난 저렇게 손가락질 받는 기자가 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데이터저널리즘 스쿨 수강을 신청한 이유도 그런 거였어요. 데이터를 근거로 팩트로만 기사를 쓰는 그런 기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게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이었어요.
Q. 이번 교육 과정은 어땠나?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1강은 엄청 재밌었어요. ‘데이터저널리즘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면서 혼자 신났었죠. 금방 데이터저널리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 같았고요.
그렇게 희망차게 첫 주 차를 보내고 3주 차부터 좌절했죠. ‘파이썬’이라는 복병을 만났거든요. 갑자기 어려운 것들이 막 등장하는 거예요. 전형적인 문과인 저에게 ‘개발 창’을 켜서 ‘이상한 명령어’를 입력하라고 해서 좌절했었죠. 그때 느꼈어요. ‘아 나는 망했구나!’
그래도 뉴스타파는 기다려주더라고요. 과제 마감을 지키지 않아도 받아주고 퀴즈 응시 기회를 줘서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까지 가니까 성취감 있고 좋았습니다.
▲8기 데이터 저널리즘 스쿨 수강생이 1강 과제로 만든 워드 클라우드, ‘신뢰’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Q. 좋았던 것은?
매 강의마다 과제와 퀴즈가 있어서 좋았어요. 과제가 없었으면 동영상 강의를 대충 넘기면서 봤을 거 같아요. 하지만 강의를 다 보면 과제도 내야하고 퀴즈도 풀어야 하니까 강의를 꼼꼼하게 다 보게 되더라고요. 이해가 안 되면 뒤로 가기 눌러서 다시 듣고요.
과제 제출 기한이 지나도 수료할 수 있게 기다려 준 게 너무 좋았어요. ‘수료증’은 스쿨을 완주할 수 있는 중요한 동기니까요. 만약 한 주차 삐끗해서 수료증을 받을 수 없었다면, 중도 포기했을 거 같아요.
실습도 좋았어요. 정보공개 청구를 처음 해봤거든요. 그리고 데이터 시각화 실습도 좋았어요. 8강에서 처음으로 데이터를 지도에 표시해봤는데, 재밌었습니다.
Q. 1~8강 중 도움이 된 건?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요? 엑셀이요. 데이터 정제 수업이 가장 도움이 됐어요. 제가 대학 행정실에서 조교를 2년이나 했거든요. 그런데 귀찮아서 엑셀 단축 키, 이런 걸 그동안 사용 안 했어요. 그런데 이번 강의에서 ‘shift 키’와 ‘방향 키’ 사용법을 처음 배우고 나니까 너무 편한 거예요. 정말 실용적이었어요. 이 강의는 기자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꼭 들었으면 좋겠어요.
Q. 파이썬 강의는 어땠나?
사실 파이싼 강의가 처음은 아니었어요. 요즘 대학에선 파이썬이 ‘필수 강의’거든요. 이 수업을 들어야 졸업할 수 있어요. 1학년 때 두 학기에 걸쳐서 배워요. 그런데 전 둘 다 C+학점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때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하고 포기했었죠.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점점 ‘코딩 스쿨’을 가는 거예요. 문과인 친구들도 요즘엔 많이들 가더라고요. 저도 다시 파이썬 수업을 들어야 하나 고민 중이었어요. 그런데 코딩 스쿨이 엄청 비싸거든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 해요. 취업 준비생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그러던 중에 기적처럼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발견하게 된 거죠.
난이도는 ‘어렵다’, ‘두렵다’는 심리적인 장벽만 넘으니까 괜찮았던 거 같아요. 이 장벽만 넘으면 돼요. 뉴스타파 기자들이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줘요. 다음 듣는 분도 심리적 장벽만 넘으세요 일단!
Q. 더 보강했으면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시각화 강의가 재밌었어요. 더 많은 차트의 사례들을 배우고 더 다양한 시각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같은 기사도 어떻게 하면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거든요. 7강과 8강의 심화 강의를 듣고 싶어요. 이 부분은 특히 실습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Q. 아쉬웠던 것은?
코로나19 때문에 ‘면대 면’ 강의가 아니었다는 점, 특히 수강생들끼리 만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수강생들끼리 꼭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Q. 재단이 데이터저널리즘 스쿨과 탐사보도 연수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저널리즘 강의도 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요즘엔 너무 쉽게 이상한 뉴스를 그냥 믿잖아요. 저도 카톡 메시지로 가끔 ‘가짜 뉴스’가 올 때가 있어요. ‘조심해! 코로나19 백신 맞으면 큰일 나’ 이런 메시지들이 이상한 유튜브 링크와 함께 와요.
그리고 지금 언론사에서 인턴 중인데, 제가 하는 일은 뉴스 서머리(요약)예요. 올 2월쯤인가요? 오스트리아에서 혈전증 부작용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전면 중단’했다는 기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한 거예요. 제가 예전에 오스트리아로 교환 학생을 간 적이 있어서 거기 사는 친구랑 매일 카톡을 하는데, 그 친구는 그런 말을 전혀 안 했단 말이에요. 그 친구는 간호사거든요. 확인해 보니, 전면 중단이 아니라 ‘특정 생산 단위의 물량만 중단’이었던 거죠. 추후 정정 기사는 나왔지만, 잘못된 기사는 다 퍼지고 난 뒤였죠. 최근엔 아프가니스탄 관련해서도 ‘가짜 영상’이 카톡으로 계속 돌아다녀요.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요.
그래서 예비 언론인 혹은 (현직) 언론인 교육뿐만 아니라 뉴스 소비자를 위한 교육도 필요한 거 같아요. 소비자가 알아야 ‘기레기들의 거짓 뉴스’를 걸러내야 하잖아요. 소비자가 똑똑해지면, 함부로 그런 기사를 못 쓰지 않을까요?
▲이른바 ’체리 기사’를 취재 보도한 김강민 데이터 전문기자와 원세영 씨
Q.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현직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방금 뉴스타파의 ‘체리 기사’를 보고 쓴웃음이 나왔어요. 기자 준비생으로서 언론사에 들어가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불행할 것 같아요. 기성 언론들도 초심이 있었을 텐데, 그 마음가짐으로 잘 좀 했으면 좋겠어요. (편집주 : 돈을 받고 벌어지는 협찬 방송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가짜 회사를 만들고 수백만 원을 내고 실제로 방송을 내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취재 고발한 뉴스타파의 언더커버 탐사 보도)
또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어요. ‘체리 기사’를 보고 나니까, 저는 기자가 더 되고 싶어졌어요. ‘세상엔 바로잡아야 할 것이 많고, 이런 재미있는 기사를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Q. 후원 회원이 된 이유는?
공짜로 듣기엔 너무 미안했어요. 그리고 이 좋은 강의를 저만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예비 언론인들이 계속해서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무료잖아요. 그런데 재원이 부족해서 갑자기 이 좋은 강의가 없어지면 안 되잖아요? 취준생에게 꼭 필요한 강의거든요. 그래서 수강료를 낸다는 생각으로 후원 회원에 가입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좋은 저널리즘 교육 강의를 계속 만들어주세요.
Q. 다음 수강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라는 말에 두려워하지 마세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제는 제때 제출하세요.(웃음) (편집자 : 오는 10월 9기 데이터저널리즘 스쿨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신청하세요.)
인터뷰 및 정리 : 장광연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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