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선언’ 30년…’난파선의 탑승자인가 구경꾼인가’

“오늘 사회자가 김중배 선언 30년 이야기를 했는데, 30년 선언이 무색해 버렸잖아요. 오히려 선언했으면 (언론이) 나아지는 측면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때하고는 비교도 안 됩니다. 자본의 지배는 이제 타율적이 아니라 자발적 복종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김중배 이사장, 2021.9.2)

30년 전 오늘, 1991년 9월 6일 당시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자본이 정치 권력을 넘어 언론 통제와 장악의 가장 큰 힘이 됐다고 경고하고 동아일보를 떠났다. 자본의 언론 통제가 권력의 통제보다 더 무섭다는 걸 논파한 이른바 ‘김중배 선언’이다. 지금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그의 선언은 중대한 함의를 가진다.    

‘김중배 선언 30년’을 나흘 앞둔 9월 2일(목), 뉴스타파함께재단(이사장 김중배)은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비 지원 전달식을 열었다. 올해 선정작은 4개 작품이다. 임기웅(문명의 끝에서), 선호빈(소액주주 상륙작전), 최종호(오류시장), 김영석(버블 커넥션) 등이다.

4명의 독립감독 모두 한국인들의 욕망의 대상 (소비, 주식, 개발, 부동산)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철저히 ‘승자독식’이 지배하고 반칙이 일상화 된 양극화·불공정의 현장이다. 김중배 이사장은 임기웅 감독의 작품 제목, ‘문명의 끝에서’를 빌어 ‘현재 문명의 끝자락’을 이야기했다.

“지원작의 제목처럼 현실은 지금 ‘막장’에 와 있습니다. ‘오류시장’, ‘소액주주 상륙작전’, ‘버블 커넥션’, 그리고 ‘문명의 끝에서’, 이 제목들이 상징적인 것 같습니다. 이런  (문명의) 끝자락에 우리가 와 있고, 이 대전환의 시기에 정말 우리가 제대로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 문명이 나락으로 떨어질도 모릅니다.” -김중배 이사장-


▲(왼쪽 두번째 부터) 선호빈 독립감독, 이영하 작가, 김영석 독립감독, 김중배 이사장, 최종호 독립감독, 임기웅 독립감독

“쓰레기 재활용 선별장을 처음 봤을 때, 쓰레기가 쏟아지는 광경에 압도당했습니다. 절망감이라고 할까요. 그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외국인 노동자 같은 사회의 약자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이 자리까지 저를 이끌었습니다” -임기웅 독립감독 (문명의 끝에서) –

“요즘 ‘동학 개미 운동’, ‘천만 투자자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많은 서민들이 없는 살림에 자본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그런데 그 동네 룰이 재벌 마음대로 돼 있음에 부조리함을 느껴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작업에 힘을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빈 독립감독 (소액주주 상륙작전)-

▲뉴스타파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증서

“저는 구로구 지역에서 공동체 라디오 활동가로 2016년부터 활동했습니다. 그 활동을 하면서 바로 옆 오류시장의 재개발 문제를 오랫동안 기록했습니다. 이 5년 동안의 기록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최종호 독립감독 (오류시장)-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뻤습니다. 이번 다큐를 통해 관료, 언론, 금융, 건설사의 어두운 커넥션을 그려보겠습니다.” -김영석 독립감독 (버블 커넥션) –


▲김중배 이사장과 독립감독과의 만남. 이날 대화의 주제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전달식 이후, 대화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주제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과연 어떤 게 독립적인가? 독립 언론이든, 독립 영화든. 

“독립 영화에도 자본이 들어오고, 간혹 대박 나는 것도 생기면서 산업화가 계속 진행됐어요. 영진위 지원 사업도 결국 자본이잖아요. 삼성의 돈이 아닐 뿐이지. 지원금이 점점 억대로 올라가고, 그러면서 이제 감독들이 (기획안을) 트렌드에 맞춰서 쓰게 되거든요. (영화제 등의) 피칭 제도라는 서바이벌 게임 같은 것이 도입되구요. 독립영화는 지향점이지,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호빈 독립감독-

▲선호빈 독립감독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가뿐한 느낌은 들지만, 실질적으로 이 작품들을 하면서 제작비에 대해서만큼은 그렇게 인디펜던트 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 사실은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김영석 독립감독-

“사실 대부분의 독립영화가 자본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이 아닙니다. 진짜 진정한 독립 영화는 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거, 그거 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학교의 기자재만 빌려서 만들었던 그 영화요.”-임기웅 독립감독-


▲김영석 독립감독

“독립이 뭘까? 제일 의존적인 것 같은데, 하지만 뉴스타파의 독립다큐 지원은 영진위나 피칭 제도를 통한 지원과 다르다고 해서 지원했어요. 문정현 감독이 이번 공모를 알려줘서 알아봤더니 ‘너 이 우리와 마음만 어느 정도 이만큼만 맞으면 그다음엔 너 알아서 해. 그건 네 이름 걸고’ 이런 게 느껴졌거든요. 정말 오랜만에 독립다큐 지원 다운 사업을 만난 거 같아요” -선호빈 독립감독-

▲최종호 독립감독(왼쪽)과 임기웅 독립감독(오른쪽)

“최근에 제 또래의 한 독립감독도 SNS에 ‘나는 이런저런 피칭 제작 지원’ 이런데 시간을 쓰느니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겠다’는 글을 올렸더라고요. 이런 지원 사업에 회의를 느끼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함께재단의 지원이 더 반가운 거 같아요. 같은 지원이지만 영진위 이런 곳하고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곳은 시장성을 뭔가 확보해야 한다고 하는데, 뉴스타파함께재단의 지원은 개념은 달랐어요.” -최종호 독립감독-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

“우리가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오늘 감독들께 드린 지원금도 결국 뉴스타파/뉴스타파함께재단 회원들의 후원회비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도 그런 분들이 계셔서 언론뿐만 아니라 출판, 영화, 다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로 도움이 될 만한 이런 생산물을 생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시민들의 그런 생각만이 우리가 뜻을 모아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저는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함께’가 중요합니다.” -김중배 이사장-

지난 5월, 김중배 이사장은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한 ‘기자의 혼’ 상을 수상하면서 독일 작가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책 ‘난파선과 구경꾼’을 빌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난파의 시대다. 나는 난파선의 탑승자인가? 구경꾼인가? 또는 난파선에 타 있으면서 구경꾼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언론의 신뢰가 무너질대로 무너진 지금, 언론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난파선의 탑승자인가? 구경꾼인가?

글 : 장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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