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상징과 재탄생… 캠프 그리브스와 초토화 폭격


▲Evergreen Plantation

1832년 미시시피강이 내려다보이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월리스 지역에 지은 주택이다. 그리스 양식으로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룬다. 절대적 질서를 부여하는 황금 비율은 권위와 복종을 뜻한다. 이 저택의 주인은 대규모 설탕 농장을 경영했다. 하얀 저택 옆 나무 사이로 볼품없는 검은 색의 오두막이 20여 채가 줄 지어 있다. 흑인 노예들의 주거 공간이다. 흑과 백의 압도적인 분리, 계급·신분의 완벽한 구분선이다.


▲노예가 살던 22개의 오두막 (사진출처 evergreenplantation.org)

상상해 본다. 190년 전 이른 아침, 백인 주인이 2층 베란다에 서서 작업을 지시하고, 그 아래 잔디밭엔 어린 흑인을 포함한 노예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모습을. 미국 남부 노예제의 처참했던 현장을 이 공간보다 잘 보여주는 곳은 많지 않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이 저택을 노예제 시기 ‘미국 백인 권력의 상징’이라고 평했다.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도 저택은 오두막을 포함해 헐리지 않았다. 1992년 미국 정부는 이 저택을 국립역사기념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했다. 노예제와 인종 차별의 역사를 반성하고, 인권의 보편 가치를 알리는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고 진보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면, 공간의 상징도 변하게 된다. 우리에게도 그런 공간이 몇 있다. 박종철 열사가 숨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 인사들이 죽임을 당한 서대문형무소. 이들 공간은 이제 반독재 민주주의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공간의 재탄생이다.

지난 2012년 박정희 유신 독재 40년을 맞아 유신 독재의 최대 희생자였던 인혁당사건 피해자들의 추모 및 유품 전시회가 형장으로 끌려가기 전 생의 마지막이었던 서대문형무소 12옥사에서 열렸던 것처럼, 가해자와 가해의 공간에서 피해자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역사적 성찰이며, 한 사회가  더 성숙한 단계로 나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이사장 김중배)의 영화제작 부문인 ‘뉴스타파필름’이 제작한 4K 다큐멘터리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3부작을 경기도 파주시 미군 반환기지, ‘캠프 그리브스’에서 특별 상영한다.

“캠프 그리브스는 공간적 의미가 큰 장소입니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곳이지만 지금은 그런 과거를 극복하고 생명과 평화의 길로 나가고자 하는 ‘전초기지’이기도 합니다. 이번 뉴스타파필름의 다큐멘터리 상영도 그런 의미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과거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평화로 가는 소통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 지수호 매니저-

올해 13회를 맞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리는 9월 9일(목)부터 16일(목)까지, ‘갤러리 그리브스’ 1관에서 다큐를 볼 수 있다. 첫 상영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으로, 오후 3시 30분까지 매시간 공개한다. ‘갤러리 그리브스’는 미군이 볼링장 등 체력 단련장으로 쓰던 곳이다.

회차작품명 상영시간 
1초토화 폭격10시 30분
2심리전11시 30분
3판문점12시 30분
4초토화 폭격13시 30분
5심리전14시 30분
6판문점15시 30분


▲캠프 그리브스에서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특별 상영을 한다

캠프 그리브스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산72-1번지,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2사단 506연대가 주둔한 미군 기지 중 하나였다.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됐고 이후 일부 공간을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갤러리 그리브스

다큐멘터리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은 뉴스타파 해외자료 수집팀이 2019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 등에서 발굴한 수만 건의 문서와 영상 파일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모두 3편인데 1화 초토화 폭격, 2화 심리전, 3화 판문점이다.

1화 ‘초토화 폭격’ 편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초토화 작전을 수행하며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냈던 공중 폭격을 다루고 있다. 초토화(焦土化 Scorched earth) 작전이란 ‘적에게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략’을 뜻한다. ‘제노사이드(Genocide)’와 함께 전쟁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잘 드러내는 용어다.


▲1화 ‘초토화 폭격’ 스틸컷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상업적 목적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함께재단의 모든 다큐는 후원회원이 낸 회비로 만들고 있다.  

글 : 장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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