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재단이 만난 사람들⑤ 효능감과 베네핏…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예종석 뉴스타파함께재단 자문위원장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는 영리와 비영리라는 상반된 두 분야에 두루 정통하다. 경영·마케팅  전문가이면서 비영리 민간단체 운영과 기부 활동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이력이 이를 보여주는 데, 기업 사외이사를 맡으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십시일밥 이사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지냈다. 뉴스타파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데 2014년 뉴스타파 회계·법률·경영 분과 자문위원장을 맡았고, 올해 6월엔 뉴스타파함께재단의 자문위원장에 선임됐다. 

뉴스타파는 비당파, 비영리 독립언론이고,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독립언론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뉴스타파와 함께재단은  자본 권력에서 벗어난 독립언론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언론 생태계를 꿈꾼다. 

광고나 협찬이 아닌 후원 회원을 통한 지속 가능한 언론 행위를 모색하는 모든 독립언론에 예종석 자문위원장의 존재는 각별하다. 지금처럼 언론을 향해 자본 권력이 막강한 힘을 떨칠 때일수록 그의 조언이 절실하다. 그는 “기부야말로 압축 성장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기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9월 15일 오후,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예종석 자문위원장을 만났다. 


예종석 뉴스타파함께재단 자문위원장

Q. 올해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그만뒀는데, 근황이 궁금하다.
그것(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직)만 그만둔 거고 다른 일들은 그대로 계속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책 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책인가?
선거 캠페인 관련한 책을 쓰고 있어요. 제 전공이 원래 마케팅입니다. 특히 소비자 행동 쪽을 공부했어요. 선거라는 것도 소비자 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소비자란 말을 유권자로 바꾸면 똑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가 너무 엉망입니다. 선거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굉장히 후진적이죠.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선거라는 게 정책들을 내걸고 자기가 지향하는 바를 표명하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과정인데 지금은 아닙니다. 네거티브만 난무해요. 물론 네거티브가 없을 순 없겠지만, 경선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하면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정치가 굉장히 식상하게 느껴집니다. 저부터도 벌써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선거 문화는 잘못됐다는 생각에 책을 쓰고 있습니다.

Q. 오래전부터 뉴스타파와 같이 했는데?
처음 뉴스타파를 시작한 제작진과 인연이 있어요. 처음 뉴스타파 시작할 때, 그 제작진이 찾아와 경영 관련해서 도움을 달라고 했어요. 옆에서 약간의 조언을 했어요. (2019년 서울 충무로)‘뉴스타파 함께센터’를 건립할 때도 김용진 대표에게 조언을 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김중배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님하고도 인연이 있습니다.

Q. 김 이사장과 어떤 인연?
저희 아버지하고도 옛날에 같이 활동을 많이 하셨어요. (편집자 : 예종석 자문위원장의 부친은 예춘호(1927∼2020) 전 국회의원이다. 그는 1969년 공화당 의원 시절, 박정희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제명된 후 반유신 활동에 나서며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그리고 저도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선생님이셨죠. ‘김중배 칼럼’을 보고 자랐으니까요. 당대 최고의 칼럼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평소 존경하는 김중배 선생님이 뉴스타파에서 ‘99%위원장’을 맡기도 해서 뉴스타파와도 함께하게 됐습니다. 

Q. 경영학자면서 비영리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경영학을 공부하고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내가 대단한 지식인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부채 의식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 집안이 비영리사업을 쭉 해왔어요. 아버지가 60년대 초 부산에서 피난민들을 위한 난민 주택을 지었어요. 그리고 이후에 도서관도 만들었고요. 그런 걸 보면서 성장했죠.

그리고 제가 경영학을 공부하고 영리 쪽에서도 일을 해봤으니까 기업들을 잘 알잖아요. 옛날 대기업 재단을 보면 나쁜 짓 하려고 만든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기업에 비영리의 정신에 대해 제가 많이 이야기했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든가, 지속 가능한 경영 그리고 최근 ESG 경영 까지도요. 반대로 비영리 쪽은 너무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했죠. 그래서 기업에겐 비영리의 정신을, 비영리 쪽엔 영리 마인드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Q. 기성 언론과도 꽤 인연이 많다. 
제가 언론에 글도 많이 썼어요. 과거엔 칼럼들도 시사 칼럼도 많이 썼고, 나중에는 음식 칼럼도 썼습니다. 또 언론 경영에도 참여한 적이 있지요. 동아일보에서도 자문을 했고, SBS에서도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는 사외이사를 했고 경영 자문을 했었고요. 제 전공이 마케팅이라고 얘기했는데, 이 마케팅이 언론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결국 그게 다 커뮤니케이션이니까요. 그래서 언론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일들을 해왔습니다.  

Q. 언론도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하는 건데, 여론이 좋지 않다. 
언론도 마찬가지죠. 언론도 지금 정치권처럼 진영이 갈려서 자기 진영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 문제는 우리 언론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예요. 저는 경영도 좀 알고, 또 그동안 주로 비영리 쪽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가 양측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얼마나 물과 기름 같은 사이인가 제가 잘 아는 입장이죠. 

지금 우리나라 언론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언론의 위상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는 자본과의 관계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은 광고 수입으로 먹고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상당히 정도를 걷고 있는 언론도 마지막엔 광고에 걸려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언론과 자본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자본이 직접 언론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뉴스타파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Q. 지난해 재단이 출범했다. 평가한다면?
이제 출범한 지 1년이 됐으니 평가를 하는 건 이른 거 같습니다. 대신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의 중요한 기능은 ‘거버넌스’입니다. 뉴스타파라는 언론사, 우리 사회의 공공재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함께재단이잖아요? 이건 지금껏 아무도 가지 않은 길입니다. 지금 이 거버넌스 구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본의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죠. 누가 언론을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니까요. 

뉴스타파함께재단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배웁니다. 지금은 다른 언론사 경영진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만약 함께재단이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자산이 될 겁니다. 재단의 역할이 무겁습니다.

Q. 어떤 걸 열심히 해야 하나?
막 출범했으니까 가지고 있는 자산이랄까요? 재원이 많이 부족할 겁니다. 뉴스타파함께재단도 후원회원의 회비로 운영하는 곳이니까요. 아직 후원회원이 많지 않은데, 새로운 후원회원을 많이 유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렵겠지만 기존 뉴스타파 회원께도 후원 요청을 해야 하고요. 그래야 계획하고 있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Q.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으로 계실 때 8,462억을 모금했다고 들었다. 역대 최대인데 어떻게 많이 모을 수 있었나?
경영자로서 제 전공인 마케팅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조직 자체를 기부자 친화적으로 만들었어요. ‘기부자의 효능감 극대화’와 ‘투명성 강화’입니다. 옛날에는 수재 의연금 같은 기부금들이 제대로 집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제때 집행이 안 되고, 어디에 썼는지 모른다면 누가 기부를 하고 싶을까요? 그런 관료주의가 우리 사회 기부를 막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회장이 된 후에 원칙은 ‘모금이 되는 대로 바로 배분하라’였습니다. 기부금이 바로 현장으로 돌아가니까, 이걸 본 분들이 효용을 느끼고 다시 기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환경에서 국민들이 기부에 적극 동참해준 덕분이 컸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본인도 어려울 텐데, 우리 국민이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느꼈습니다. 

Q. 결국, 기부자가 느끼는 효능감이 중요한가?
맞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월호 때 기부금도 그랬고,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 삼성이 내놓은 돈도 집행하는 데까지 몇 년이 걸렸습니다. 기부자들은 모금이 됐으면, 그게 바로 배분되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기부금이 언제 집행될지 모르고 기다리게 하면 그 기부자는 다시 기부하지 않습니다. 효능감을 느껴야 다시 기부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죠. 기부금이 모이면 투명하게 바로 집행하는 것이 제 모금 철학입니다. 

Q.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특징이 있다면?
저는 우리나라 기부를 ‘할머니 기부’라고 표현하는데, 떡장수 할머니, 김밥 장수 할머니들이 평생 안 먹고 안 쓰고 모은 돈을 돌아가시기 직전에 기부해요. 그것도 대개 학교 같은 든든한 법인에 기부합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돈이 엉뚱한 데 쓰이는 데가 많습니다. 제가 그런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럼 기부자들이 실망하거든요.

몇 년 전에 그런 일도 있었어요. 지방 모 대학에 어떤 분이 아주 거액을 기부했는데 기부하면서 이런 데 써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총장이 엉뚱한 데로 다 써버린 거예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까 기분 문화가 훼손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자기 돈이 어디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꼭 알게 해야 하고, 모인 금액은 바로 집행해야 합니다.

Q. 후원 관련해 재단에 조언을?
계속 얘기하듯이 효능감과 투명성입니다. 돈을 모으는 거나 표를 모으는 거 다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게 그 모금은 절대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고 그렇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부를 해달라’는 말이 힘을 갖게 되는 거죠. 기부자들이 이 말을 식상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죠.

뉴스타파가 그동안 해온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뉴스타파는 정말 과거에 없는 일들을 이뤄온 곳이잖아요. 이런 것은 투명성이 없고 공정성이 없었으면 그 회원들이 계속 지원을 했을까요? 그게 바로 뉴스타파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함께 재단도 당연히 뉴스타파와 같은 길을 걸어가면 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모금 기관도 끊임없이 캠페인을 하거든요. 연말이면 연말 캠페인을 하고, 코로나19가 생기면 코로나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벤트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재단은 앞으로 어떤 캠페인을 만들어서 시민들과 함께 좋은 언론 환경을 만들어나갈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비즈니스입니다. 보통 언론사에 일하는 분들이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내가 하는 것이 지고의 선이고, 너무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이 일에 동참하지 않느냐’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을 자주 봐 왔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후원자에게 확실한 베네핏이 있어야 합니다.

(최승호 PD가 제작하는) 4대강 영화 캠페인을 얘기했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물물 교환입니다. 그럼 이제 (기부) 펀딩에 참여할 분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혜택을 정확하게 줘야 합니다. 그래야 모금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너 우리가 이렇게 훌륭한 일하는 데, 너네 동참 안 할 거야?’ 이런 마인드 갖고는 절대 안 되는 거죠. 우리는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Q. 베네핏이란?
리워드가 분명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리워드는 기부자마다 원하는 것이 각기 다릅니다. 큰돈을 기부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진짜 순수한 개인의 만족감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내 이름이 신문에 나고 방송에 나고, 내 가족에게 훌륭한 사람으로 비치길 원합니다. 어떤 기부자는 배지 같이 몸에 지닐 수 있는 작은 물건을 원할 수도 있죠. 뉴스타파 회원들은 뉴스타파가 좋은 기사를 쓰길 원해서 후원을 했을 거고 그 기사가 리워드였을 겁니다. 재단도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이 리워드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Q. 자문위 운영 계획은?
(웃음) 자문위는 먼저 재단에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곳이 아닙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주세요. 자문위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재단에 달렸습니다. 

Q. 끝으로 말씀을 듣는다면?
지금 우리 후원회원, 더 나아가 시민의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에 대한 사랑과 기대치가 너무 큽니다. 이에 대한 부담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아주 현명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독립 언론의 위상을 향해서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이 먼저 걸어온 길을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먼저 걸어간 이 길을 많은 이들이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발걸음을 떼며 좋은 모델을 만들어나갑시다.  <끝>

글 인터뷰 정리 : 장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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