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탐사저널리즘 연수] 기계적 중립과 시시비비④ 최저임금 올리면 경제에 부담?…세계는 지금 ‘NO’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2022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했습니다. 올해보다 440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대선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더 많은 언론은 코로나 19로 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는데 9,000원을 넘는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계를 두둔했습니다. 경영자와 노동자, 양측의 주장을 비판 없이 전달하는 ‘따옴표’  중계 보도는 많았지만, 정작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검증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늘 네 번째로 소개할 뉴스타파 연수생들의 취재 결과물은 ‘최저임금’에 관한 것입니다. 2015년 7월, 탐사저널리즘 여름 연수생 3명(안병욱, 김규희, 송민선)이 취재·제작한 영상 리포트입니다. 당시 연수생들은 최저임금 관련한 이해 당사자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관련 논문도 여럿 조사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 연수생은 ‘객관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도 최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핑계로 삼은 ‘맥없는’ 보도나 힘있는 기득권을 대변했던 보도 행태와는 다른 접근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안병욱 연수생은 현재 MBN에서, 송민선 연수생은 TV조선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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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스물다섯의 청년 박지훈 씨.
박 씨는 올해 초부터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설거지에 청소, 돈 계산까지 잠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일 시간도 없이 일합니다.

하지만 그가 받는 임금은 시간당 6천 원. 서울에서 혼자 월셋방에서 생활하는 그는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월급도 오를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실망만 커졌다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할 예정입니다. 근로자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 공익 위원과 사용자 위원들이 합의한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근로자 위원들은 당초 시급 1만 원을 제안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그야말로 최저한의 생활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최소 1만 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협상과정에서 근로자 위원들은 타협점을 찾기 위해 8100원으로 요구수준을 낮췄지만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 위원들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결국 공익위원과 사용자측 위원들만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50원, 8.1% 오른 수준에서 결정됐습니다.

사용자 위원들은 시종일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부 최종진 씨는 “최저임금 문제는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내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존의 5,580원도 허덕이면서 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6,030원으로 더 올리면 폐업하는 사태도 많아질 테고, 당연히 일자리를 늘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상인 부담이 증가하고, 고용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내수 경제가 악화된다는 이들의 주장이 과연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요?

지난 6월 말부터 4주간의 일정으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에서 하계 연수 과정을 밟은 연수생들이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영세상인 몰락?

대다수 언론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곧 망할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연수생들이 직접 만나 본 상인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인천에서 의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인태연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 상인이 몰락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과장됐다”며 “중소상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한 해에 40, 50만 명씩 망해간 게 직원들 월급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인씨는 오히려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재벌들이 영세 자영업자 몰락의 근본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인 씨는 “유통재벌들이 무차별적으로 진입하면서 중소자영업자들의 생존에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며 “자영업 몰락의 주범인 재벌들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면 우리 영세 자영업자가 몰락한다며 반대하는 건 결국은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격이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김태진 씨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임금보다는 갈수록 치솟는 임대료가 제일 걱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실업률 상승?

사용자 위원들은 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안 그래도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영국의 저임금위원회는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임금위원회는 지난 3월 공개한 ‘최저임금 보고서 2015(National Minimum Wage: Low Pay Commission report 2015’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려도 고용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일자리가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영국의 정치연구학회(Political Studies Association)는 ‘최저임금 제도가 1980년 이후 시행된 정부 정책 중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현재 시간당 6.5파운드인 최저임금을 7파운드, 8파운드까지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밝힌 바 있습니다. 영국은 오는 10월부터 최저임금을 6.7파운드로 인상할 예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내수경제 악화?

미국은 각 주뿐아니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여력을 늘려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기업 경쟁력도 배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지난해 이케아는 최저 시급을 9.17달러에서 10.76달러로 17% 올렸습니다. 월마트, TJ맥스, 스타벅스, 갭, 코스트코, 홀 푸드, 맥도날드, 벤 앤 제리, 인 앤 아웃 버거, 셰이크 색 등 수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임금을 법적 최저임금인 시간당 7.5달러보다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사용자 위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 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올린 만큼 미국의 내수 경기가 악화됐을까요? 결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미국 최저임금인상 물결, 경기회복 가속화에 기여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지난 3월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내수 경기가 악화되기는커녕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미국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대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수가 얼어붙었다는 것 자체는 다수의 국민이 소비하려해도 소비할 여력 자체가 상실한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된다”며 “최근에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각국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 급등과 자영업자 몰락, 내수 경기 악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과 상인, 가계 등 경제 주체 모두에게 이로운 정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 2015년 뉴스타파 여름연수생 안병욱, 김규희, 송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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