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학기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전공수업  ‘저널리즘의 이해’를 수강했던 학생 13명은 담당 교수로부터 조금 색다른 과제를 요청받았다. 뉴스타파가 무료 진행 중인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교수는 왜 학생들에게 뉴스타파 온라인 스쿨을 듣게 했을까? 

이 과목의 담당 교수는 신우열 교수다. 그는 뉴스타파와 인연이 깊고 각별하다. 그의 미국 미네소타대학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비영리, 비당파 탐사전문 매체인 뉴스타파 연구다. 논문 제목은 <Being a “Truth-Teller” in the Unsettled Period of Korean Journalism: A Case Study of Newstapa and its Boundary Work>이다. 뉴스타파 뉴스룸에 상주하며 참여관찰을 하고 제작진 인터뷰를 통해 뉴스타파 기자들이 추구하는  취재 방식과 뉴스 주제 선택, 저널리즘 정체성을  탐구했다. 이후 2년 동안 뉴스타파  전문연구원으로 일했고, 지금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후원회원으로 연을 이어가고 있다.

신교수는 지난해 10월, 2021년 한국언론학회 학술상(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취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의 보도과정을 추적한 지오바니 델오토의 ‘AP, 역사의 목격자들’을 번역 출간한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은 1월 3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신교수를 만났다.


▲ 1월 3일 오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인터뷰 중인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Q. 뉴스타파와 인연이 많다.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신우열입니다. 뉴스타와 인연이 많습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도 뉴스타파에서 참여 관찰을 하며 썼고,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엔 뉴스파에서 전문연구원으로 2년간 일했습니다. 그때 <’가짜 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라는 취재를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의 후원회원입니다. 

Q.  미디어영상학과 학생 중 기자나 PD, 아나운서 등 언론인이 되고 싶은 학생이 많나?

5~10% 정도 될까요? 다른 학교도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이게 지역 대학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미디어 관련 학과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언론인을 지망하는 학생이 아주 적어요. 아무래도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사회적인 인식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서 그런 거 같아요.  이건 다른 학교 가도 많이 느껴요. 학생들이 기자 하면 생각하는 어떤 ‘기본값’이 굉장히 낮아졌어요. 일단 되기도 어렵지만, 돼도 ‘사회적으로 명성 못 얻는다’, ‘욕만 먹는다’, ‘돈도 별로 못 번다’ 이런 인식이 있으니 더는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 거죠.

Q.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많이 힘들 거 같다.

이런 인식을 가진 학생들에게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것이 선생으로서 굉장히 어렵다는 거를 2년 동안 아주 뼈저리게 느꼈어요. 대학에서의 저널리즘 수업은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이상의 수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인데 이 부분에서 힘들죠. 요즘엔 뉴스조차 잘 안 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어렵죠.

Q. 교수님이 집중하는 교육 목표는 무엇인가?

미디어를 전공한 사람답게 뉴스를 평가할 수 있는 학생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자나 뉴스를 정치 성향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시대가 됐는데, 이런 분위기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뉴스를 해석하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Q. 학생들은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나?

뉴스라는 콘텐츠와 뉴스가 아닌 콘텐츠를 구분하지 않고 소비해요. 심지어 뉴스가 아닌데 뉴스라고 생각해서 봤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1~2학년 학생들에게 항상 물어요. “오늘 무슨 뉴스를 봤니?” 그러면 학생들이 봤다고 대답한 뉴스 중엔 뉴스가 아닌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Q.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시사 상식 같은 거 짤막하게 나오는 것들, 그리고 시사 유튜버가 이야기하는 것을 뉴스라고 학생들은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이젠 이런 것도 뉴스로 인식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뉴스의 정의가 바뀌어야 하나?’라고 스스로 되묻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오랜 기간동안 우리가 만들어온 ‘뉴스’가 아니에요. 

Q. 그럼 교수님이 생각하는 ‘뉴스’란?

뉴스라는 것은 굉장히 오랫동안 짧게는 100년 길게는 한 200년 동안 축적하고 정립해온 생산 과정이 있어요. 뉴스 가치 판별, 윤리적인 취재, 엄격한 데스킹 등 단계별로 굉장히 규범화돼 있어요. 아주 쉽게 말해서 공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여러 단계, 많은 사람의 팩트 체크를 거친 ‘오리지날 인포메이션’이 뉴스예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시사 유튜버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대다수는 뉴스가 아니죠. 저는 이런 구분은 학생들이 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Q. 말씀대로 뉴스 이용자들의 ‘오리지날 인포메이션’에 대한 평가가 부족한 거 같다. 

맞아요. 오리지날 인포메이션에 대해 우리 사회는 충분히 인정해주고 있나 스스로 물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취재 과정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유튜버들의 콘텐츠도 사실은 기성 기자들이 생산한 뉴스를 다시 가공한 것들이 대부분이죠. 

지금은 뉴스를 공기처럼 공짜로 소비하는 시대잖아요. 뉴스를 돈 주고 본다는 게 오히려 어색해진 시대가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취재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한지 뉴스 이용자들은 잘 모릅니다. 뉴스가 너무 흔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뉴스 생산 과정을 알고 나면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을 욕하거나 뉴스를 평가절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빵을 좋아하는데, 빵이 맛이 없다고 제빵사를 함부로 욕하지 않아요. 그걸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뉴스도 그래요. 사람들이 욕하는 건 그 과정을 몰라서 그래요. 

Q.  학생들에게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수강하라고 한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비슷해요. 학생들을 기자로 만들려는 게 교육 목적이었으면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을 들으라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은 뉴스 제작 과정이 그대로 커리큘럼화 돼 있어요. 데이터 수집, 정제, 시각화 등 뉴스를 제작하는 순서대로 잘 체계화 돼 있고, 단계별로 실습도 해볼 수 있게 설계돼 있어요. 이 스쿨을 통해 직접 경험해보면 막연하게 떠다니는 정보와 뉴스는 구분할 수 있게 될 거 같아서 듣게 했어요. 

그리고 실습이 많은 것이 좋았어요. 기자들이 기사에 이 한 문장 쓰려고 저런 ‘고생을 하는구나’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야 기사나 기자들을 쉽게 혐오하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Q. 결과는 어떤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 효과까지 올 줄 몰랐어요. 기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감동적인 피드백도 있었어요. 수강 감상문을 보면 ‘내가 시민사회의 일원임을 느꼈다’라는 평을 몇 명이 했어요. 데이터저널리즘 스쿨 3강 ‘정보공개청구’를 직접 해보는 것인데, 이걸 경험하더니 학생들이 많은 걸 느꼈더군요. 이런 식으로 체험을 통해 시민성을 느꼈다니 선생으로서 정말 보람이 있었어요. 학생들 반응도 좋았어요. 강의 평가나 면담할 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라는 말이 많았죠.

Q. 학생들이 뭘 좋았다고 하나?

‘정보공개청구’ 강의가 좋았다고 말하는 학생이 가장 많았어요. 과제 이후에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해본 학생들도 있어요. 스스로가 궁금해서 지자체에 새로 설치한 ‘보도블록 면적’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더군요. 

‘고급 검색’ 강의가 좋았다는 학생도 많았어요. 실용적이니까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한 학생은 예전에 학보사 기자 할 때 취잿거리 찾느라고 인터넷 검색하는 데만 5~6시간을 썼는데, 이걸 미리 알았으면 이제 1시간이면 될 일이었다고 얘기하더군요. 파이썬이 좋았다고 한 사람도 많았네요. 막연하게 알고 있던 툴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 이 학생에겐 인상이 깊었나 봐요.

그리고 전반적인 학생들의 평가는 앞으로 기사를 읽을 때, 보도자료 이외의 자료들 유심히 볼 거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기자들의 기사를 보는 눈이 생긴 거죠. 그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기자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알게 된 거죠. 아마 학생들은 이제 뉴스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Q.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계속해서 이런 교육을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에서 다 하지 못한 것을 스쿨이 하고 있어요. 요즘 학생들에게 데이터저널리즘이 무엇인 거 같냐고 물으면 대부분  ‘ai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이라고 답해요. ‘테크놀로지’를 먼저 떠올리는 거죠. 하지만 저널리즘이 우선돼야 하거든요. 파이썬이든 뭐든 결국 좋은 저널리즘을 하기 위해서니까요.

하지만 학교에서 요즘엔 이런 것들이 잘 안 돼요. 저널리즘이란 학문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인데, 뉴스타파가 이야기하듯이 (언론의 역할은) 권력의 오남용과 차별을 들춰내기 위함이죠. 이런 것들을 이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저널리즘학입니다. 하지만 요즘 테크놀로지가 우선시되는 트렌드 때문에 학교에서도 코딩 교육 같은 것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생겼어요. 전통적인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영역은 작아지고 있고요.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고 테크놀로지를 배우면서 둘 다 자연스럽게 습득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뉴스타파 데이터저널리즘 스쿨은 균형이 잘 잡혀있어요. 특히 온라인 교육은 지역에 있는 학생도 배울 수 있으니 좋은 기회가 됐죠. 이런 교육을 계속 해주세요.

 Q. 마지막으로 뉴스타파함께재단에 하고 싶은 말은?

저도 뉴스타파함께재단 회원이지만, 후원 요청하는 것을 너무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더 공격적으로 후원회원을 유치해주세요. 데이터저널리즘 스쿨 같은 좋은 교육을 더 많이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재원이 더 필요하잖아요. <끝>

인터뷰 진행 : 장광연

뉴스타파함께재단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