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함께재단>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지난해 말 ‘2021 뉴스타파-세명대 보도기획안 공모전’을 열었다. 기존의 ‘뉴스타파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과 ‘세명 시사보도 기획안 공모전’을 통합한 것이다. 국내 유일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와 역시 국내 유일의 실무형 저널리즘 대학원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힘을 합쳐 예비 언론인들이 취재, 제작의 실무와 함께 저널리즘의 공익적 가치와 취재윤리 등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네 편의 기획안이 선정됐고, 뉴스타파 제작진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이 두 편씩을 맡아 데스킹을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김미현, 이민후, 장시온의 ‘나는 청년 수급자입니다’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나는 청년 수급자입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그들이 ‘몰래바이트’하는 이유
② 경력은 ‘빈 칸’, 재산은 ‘0원’


▲ 청년 수급자 김민정(가명) 씨는 최근에는 사용하던 노트북이 고장 났지만 새 노트북을 장만할 목돈 200만 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zzingrim

“가끔씩 나랑 너무 다른 친구들이랑 있으면 얘기를 해도 다른 세상 이야기 같고 공감을 못 하겠는 게 있죠. 그 친구들이 위로를 해줘도 당연히 고맙고 마음은 알겠지만, 솔직히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김민정(22, 가명) 씨

22살 김민정(가명) 씨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취미 생활과 스펙 쌓기에 대한 얘기로 수다를 떠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말수가 줄어든다. 다른 대학생들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학업 이외의 시간 대부분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보낸다. 학비와 월세, 관리비, 식비까지 스스로 벌지 않으면 당장 생활이 불가능하다. 김 씨는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다.

김 씨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 어렸을 적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항상 다투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폭언했고,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는 날도 있었다. 결국 부모님은 이혼했고 김 씨는 엉겁결에 한부모 가정의 수급자가 됐다. 그 후 가난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학창 시절, 교사는 김 씨의 이름을 불러 급식비 면제 통신문을 건넸다. 감추고 싶던 비밀이 친구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아픈 순간이다.

평소 만화를 좋아해 대학교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꿈꿨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평생 수급자 신분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17살이 되고부터는 아르바이트로 직접 학원비를 모았다. 그래도 월 200만 원에 이르는 학원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 사정을 알게 된 학원 원장이 학원비를 깎아준 덕에 입시 준비를 계속할 수 있었다.

지난해 김 씨는 바라던 대학생이 됐다. 하지만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에 가겠다는 희망으로 일했다면,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살기 위해 일한다. 지금까지 김 씨가 거쳐 간 아르바이트는 10개가 넘는다. 대학 입학을 위해 이사를 한 한 달 남짓 말고는 일을 쉰 적이 없었다.

“뭔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냥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강박감이 심해요. 누워 있는 시간에 아르바이트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 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김민정(22, 가명) 씨

김 씨가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한 달 40만 원 남짓이다. 여기에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지급되는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58만 원을 더해 월 1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이 가운데 40만 원가량은 월세, 관리비, 공과금 등 고정 생활비로 나간다. 식비를 최소한으로 줄여가며 생활하지만, 한 달 치 수입은 소액의 저축까지 하고 나면 동이 난다. 그나마 수급자에 대한 학비와 주거 지원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당장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김 씨의 한달살이는 막막해진다. 최근에는 사용하던 노트북이 고장 났지만 새 노트북을 장만할 목돈 200만 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김 씨는 과제를 하기 위해 종일 학교 컴퓨터실에 틀어박혀 컴퓨터를 이용한다.

일할수록 줄어드는 생계급여

“저는 다른 것보다 아르바이트만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빈곤을 탈출하려고 해도 나라에서 정한 기준보다 조금이라도 더 벌면 다 환수해가니까, 나는 그냥 적당히 수급만 받으면서 평생 가난하게 살라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어요.”
김민정(22, 가명) 씨

이런 청년 수급자 김 씨의 사정을 더욱 막막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위태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벌이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청년 수급자의 한 달 아르바이트 수입이 40만 원을 넘어서는 순간 오히려 기존에 지급되던 생계 급여가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보충 급여의 원칙’을 갖고 있다. 수급자 가구의 수입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한 만큼을 국가에서 보충해 준다는 원칙이다. 바꿔 말하면, 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만큼 지급되는 급여가 줄어든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만 24세 이하 청년 수급자에게는 1인 가구 기준 월 40만 원까지 급여 산정(‘소득 인정액’이라고 한다)에 수입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른바 ‘청년층 근로소득 절대 공제액’으로, 청년 수급자가 재산 형성하는 것을 돕겠다는 취지다. 월 수입이 40만 원을 넘어가게 되면 추가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생계 급여가 차감되기 시작한다. 근로소득 공제율 30%를 적용해, 추가 소득의 30%만 남기고 70%만큼의 생계 급여가 차감된다. 이걸 도식화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 근로소득이 늘수록 지급받는 생계급여는 감소한다. ⓒ김미현

김 씨의 사례에 적용하면 이렇다. 김 씨가 아르바이트를 더 해서 수입을 20만 원 늘려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6만 원에 불과하다. 기존의 40만 원의 소득은 청년층 근로소득 절대 공제액에 의해 번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월수입이 40만 원을 넘어선 순간, 초과 금액의 70%인 14만 원은 생계 급여에서 차감된다. 결과적으로 김 씨의 한 달 소득은 아르바이트비 60만 원, 그리고 차감된 생계 급여 44만 원(기존 58만 원 – 차감액 14만 원)을 더해 104만 원이 된다. 일을 더 해도 수입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씨는 한 달에 딱 40만 원 수준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이 조건에 들어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은 오히려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점주는 전일제나 오전-오후 2교대 아르바이트 직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르바이트의 경우, 월급이 기본적으로 40만 원을 넘기기 때문에 김 씨에게는 맞지 않는다.

대신 김 씨는 근무 시간을 잘게 쪼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를 주로 찾는다. 보통 ‘쪼개기 알바’는 점주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별도의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일종의 꼼수로 통한다. 불리한 조건이라도 이런 꼼수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씨에게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악조건이라도 일단 일을 하면 어떻게든 한 달 살림은 꾸려갈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수급자라는 굴레에 갇혀 제자리걸음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 출발선이 다른 자신의 삶이 졸업과 취업이라는 목적지를 앞두고 자꾸 뒤처지는 기분이다. 어렵게 대학생이 되어 2년을 버텼지만 어쩐지 애니메이터가 되겠다는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다고, 김 씨는 말했다.

“요즘 대2 병이 세게 왔는지. 미래가 너무 깜깜해서 작년에 되게 우울했어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하니까 얻어 가는 것도 없는데, 일하느라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계속 알바만 하면서 이렇게 아무것도 못 배운 채로 있어도 되겠냐는 생각 때문에 학업에 대한 회의감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김민정(22, 가명) 씨

온 가족 수급권 잃을라 ‘몰래바이트’ 

24살 문형진(가명) 씨도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다. 문 씨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6살의 어린 나이에 수급자가 됐다. 아버지는 재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해외로 떠났다.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양육비 청구 소송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주 6일, 하루 15시간씩 식당에서 일하며 세 아들의 생계와 교육을 책임졌다.

쉼 없이 일해도, 네 가족의 살림을 꾸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식당 일로 번 돈 대부분은 주거비, 식비 등 고정지출로 나갔다. 다행히 문 씨 형제들의 학비는 국가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하지만 수학여행비와 급식비 등은 낼 수가 없었다. 학창 시절 내내 민간장학 재단 장학금 15만 원에 의존해 생활했다. 그나마도 절약해가며 남는 돈을 살림에 보태는 일이 많았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 씨의 꿈이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싶었지만 형편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들으며 공부했다. 결국 목표했던 서울의 사립 대학교에 입학했다.

▲ 청년 수급자 문형진(가명) 씨는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현금이나 현물로 임금을 받는 ‘몰래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 소득이 잡히게 되면, 가족들의 수급권이 중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zzingrim

꿈에는 한발 다가섰지만, 살림살이는 제자리다. 어머니는 여전히 하루 15시간 식당 일을 하고, 고등학생 동생은 장학금에 의지한다. 문 씨의 형은 따로 생계를 꾸렸지만 다른 가족을 도울 형편은 못 된다. 그 사이 문 씨는 대학 졸업반이 됐다. 학창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중고 교재를 사고, 무료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학기마다 교재를 사야 하는데, 중고로 사도 10만 원이 넘어가요. 그거 살 돈도 없어서 정말 힘들었죠. 지금 공부하고 있는 자격증도 사교육은 생각도 못 했고 유튜브 무료인강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문형진(24, 가명) 씨

문 씨가 어머니에게 한 달 생활비로 받는 돈은 20만 원 남짓이다.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려면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직접 돈을 벌겠다고 할 때마다 어머니는 한사코 그를 막았다. 아르바이트 소득이 잡히게 되면, 세 가족의 몫으로 나오는 생계 급여가 삭감되거나 아예 수급권이 중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자 가구의 재산과 소득을 합산·평가해 나오는 ‘소득 인정액’이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일 경우, 수급자 자격을 상실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씨의 어머니는 식당 일로 받는 임금의 일부를 소득에 잡히지 않도록 현금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문 씨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면 일가족이 벌어들이는 가족의 수입은 수급자격 기준을 훌쩍 넘기게 된다. 본인의 미래를 위해 돈을 벌면 당장 눈앞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늙은 어머니와 어린 동생의 수급권은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결국 문 씨가 선택한 것은 이른바 ‘몰래바이트’다.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현금이나 현물로 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주로 호텔 주방이나 카페에서 점주에게 양해를 구해가며 일한다. 소득 신고 없이 현금을 받을 수 있는 과외도 몰래바이트의 일환이다. 교재비 같은 목돈이 나가는 학기 초에는 소득에 잡히지 않는 일일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기도 한다. 문 씨가 주로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는 모델하우스 안내 일이다.

▲ 문 씨가 점주에게 소득 분할 신고를 부탁하는 문자 내용. ⓒ장시온

일을 구할 때마다 이 몰래바이트를 요청해야 하다 보니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점주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편법적인 방법을 써야 하니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다. 면접을 거쳐 좋은 일자리를 잡았지만 임금을 현금으로 달라는 얘기를 꺼냈다가 해고당한 일도 있었다. 

어렵게 일자리를 잡아도 남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어쩌다 급여 기준보다 수입이 많이 생긴 달에는 점주에게 달을 나눠 소득 신고를 해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을 뿐인데, 24살 청년 수급자 문형진 씨가 사정해야 하는 일은 너무도 많다.

“제도가 저 같은 청년 수급자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인간 관계나 여가 생활을 포기하면 살아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저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당당하게 또래들과 경쟁하고 싶어요. 솔직히 어떻게 어떻게 버텨서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동생의 대학교 등록금과 어머니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차라리 이대로 수급자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문형진(24, 가명) 씨

청년 수급자 10명을 만나다

청년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0대 기초생활수급자는 12만 5,510명으로 전체 수급자에서 약 6%를 차지한다. 청년 수급자의 수는 2017년 대비 무려 36.6%가 늘었다. 연령대로 보면, 30대에 이어 20대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제도적 문제로 인해 ‘몰래바이트’나  ‘쪼개기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청년 수급자의 수도 꾸준히 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취재진은 지난 6개월간 김민정 씨와 문형진 씨를 포함해 20~28세 청년 수급자 1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가운데 4명은 ‘몰래바이트’를, 7명은 ‘쪼개기 알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각각의 사연과 사정은 달랐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도적 틀이 오히려 청년 수급자의 자립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 취재진이 6개월 동안 만난 청년 수급자들을 정리한 도표. ⓒ김미현

다음은 취재진이 만난 청년 수급자들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A 씨 “소득이 많은 알바는 할 수 없으니까 이런 사정을 사장님들한테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고 안 되면 일을 못 하는 경우도 있어요.”

B 씨 “처음에 모르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따로 신고하지 못했는데 소득을 반환하라는 통지를 받아서 힘들게 번 돈을 반환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게 아마 금액이 컸으면 수급 탈락의 사유가 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C 씨 “아르바이트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 아르바이트 소득이 생기는 만큼 수급비에서 차감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저축은 불가능하죠.”

E 씨 “’쪼개기 알바’를 하다 보니 주휴수당을 못 받아요. 주말 8시간씩 일하니 35만 원이 벌리더라고요. 40만 원 기준에 맞춰서 그 이하로만 벌 수 있으니까 달리 선택권도 없어요.”

H 씨 “일을 더 하도록 의욕 넘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인 상황인 거죠.”

J 씨 “오히려 일할수록 손해인 경우가 더 많은 거예요. 그냥 생계 급여만 깎이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런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안 하는 게 더 좋은 상황이에요.”

“공제율 확대하고 생계급여 현실화해야”

전문가들도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취재진과 만난 한 현직 사회복지사는 “일선 현장에서도 제도상의 문제로 인해 청년 수급자들이 일을 아예 하지 않거나 일부러 적게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취업 시장과도 멀어지고 탈(脫)수급도 요원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사회복지사는 수급자들의 근로소득 공제율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30% 수준의 공제율로는 청년 수급자들의 근로 의욕을 북돋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청년층 근로소득 절대 공제액 40만 원도 지난 5년간 동결 상태다. 이 사회복지사는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근로소득 공제율 추가 인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당장 근로소득 공제율을 인상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2년 전, 보건복지부는 기존 20%였던 공제율을 30%로 확대한 바 있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공제율이 수급자의 근로를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실태조사를 실시해서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라고 밝혔다.

애초에 생계급여 액수 자체가 적어서 청년 수급자가 본연의 일인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생계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매년 고시하지만, 정작 물가 인상률 등의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재진과 만난 사회복지사는 “2017년 기준 대학생 평균 용돈이 월 68만 원이라는 통계가 있다”라며 “그로부터도 5년이 지난 지금 1인 가구 청년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가 58만 원이라는 것은 현행 복지제도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득 하위 20%인 수급자들의 지출 실태를 살펴보면 생필품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라며 생계급여 현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 수급자들이 ‘몰래바이트’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장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당초 빈곤층을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2015년 정부의 급여 체계 개편이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7가지 급여를 일괄 지급하는 ‘통합형 급여체계’에서  각종 급여를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한 바 있다. 

▲ 2015년 정부는 기존 통합 급여체계에서 맞춤형 급여 체계로 개편했다. ⓒ김미현

정 사무국장은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낮게 유지하면서 개편의 의미가 퇴색됐다”라고 말했다. 개편 후에도 중위소득 30% 이하의 수급자에게만 생계급여가 지급되면서 기존의 통합급여 체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의미다.  

▲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생계급여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장시온

이에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는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 30%에서 35%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인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법 개정이 없어도 인상이 가능하다. 정 사무국장은 인상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통계청이 상대적 빈곤율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 중위소득 50% 선에 못 미치는 수치”라며 “구체적인 사업 기한과 예산 계획 관련 발표는 빠져있는 선언적 청사진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정치권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미현

정치권이 청년 수급자의 문제를 초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재진과 만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일할수록 오히려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행 복지제도의 틀이 가지는 한계를 깨야 한다”라며 “복지 확대가 정쟁이나 이념싸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나는 청년 수급자입니다② 경력은 ‘빈 칸’, 재산은 ‘0원’’ 에서는 자립과 탈수급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청년 수급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취재김미현, 이민후, 장시온
멘토오대양
디자인이도현
삽화zzing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