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데이, 마감이 찾아온다.  

어버이날이었던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충무로 5층 사무실 한쪽이 부산하다. 데이터팀 기자들이 위치한 자리다. ‘인터넷 강의’ 준비가 한창이다. 원고는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마감’이 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인강’도 그런가보다.


▲뉴스타파 데이터팀

<데이터 저널리즘 스쿨 8기 온라인 과정>의 개강을 나흘 앞둔 뉴스타파 사무실의 풍경이다. 강의 내용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은지, 말의 속도는 적당한지, 인서트 화면은 적당한 곳에 위치하는지, 전체 영상은 제대로 업로드됐는지, 여기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말자막 작업까지. 들여다 볼 곳이 많다. 모 데이터 기자는 자신이 제작한 영상의 자막에 오·탈자는 없는지 8번 가량 봤다고 한다. 평소 취재·제작에 임할 때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신경도 더 쓴다. 숙제를 제출하는 기분이다. 

2. 409 vs 1, “너그럽게 봐주세요~~”

수강 신청자가 역대 최대다. 409명에 이른다. 지난해 272명, 2019년 133명과 비교하면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과 학습의 요구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올해부터 회원 가입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무료 공개한 정책의 변화도 한몫 했다. 

신청자 409명을 분류해보면, 대학원생 포함해 (대)학생이 가장 많았다. ⅓ 이 넘는 35.2%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언론사 등 취업 준비생(18.7%), 현직 언론인(14.8%), 시민단체 활동가(5.1%) 순이었다. 올해의 경우, 현직 기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고무적인 일이다. 

신청자가 크게 늘어난 건 반갑지만, 이제 다른 걱정이 앞선다. 수강 준비와 관리다. 현재 데이터 저널리즘 스쿨 업무를 담당하는 뉴스타파함께재단 사무국의 인력은 단 1명이다. 이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다. 대관 업무도, 독립다큐 지원 활동도 해야 한다. 

어제와 오늘까지 며칠째 야근 중이다. 수강생들의 구글 메일과 전화번호를 일괄 정리하고, 구글 클래스룸을 미리 열어 놓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놓는 등 이런 저런 준비가 만만치 않다. 개강 이후 400명의 수강생들이 이런 저런 질의와 요청을 할텐데, 하나 하나 응대하려면 눈코 뜰새가 없을 것이다. 

언젠가 NGC 다큐 채널에서 봤던 인도 퍼자브주에 있는 암리차르 황금사원이 떠오른다.  24시간 찾아오는 수만 명의 방문객들에게 무료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느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자원 봉사자들의 모습이. 신자·비신자의 구분없이 모든 이에게 베푸는 관대함과 인간애를 잘 보여준다. 거기와 달리 뉴스타파는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서툴고 미숙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3. ‘데이터를 이용한 저널리즘’이란 [     ]이다.

강의 준비를 하는 동안, 두 대학생의 죽음이 있었다. 한 명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됐고, 또 한 명은 평택항에서 알바 노동을 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엇비슷한 또래의 안타까운 비극이다. 

주류 언론이 두 대학생의 죽음을 다루는 기사량을 보면 현저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목숨은 다 귀하지만 언론이 모든 죽음을 공평하게 다루지 않는다. 두 죽음이 지닌 계급과 신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인가.

생명이 꺼져가는 과정으로서의 하나의 죽음이 사회·경제 구조적인 모순을 잘 보여주는 사안일수록, 주류 언론은 잘 파고 들지 않는 것 같다. 불평등은 이렇게 우리 삶을 휘감고, 언론은 양극화를 부추긴다. 클릭수 장사가 되는 지점에서만 보도량을 토해내는 방식으로. 

기자가 기사를 쓸 때, 그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주류 언론이 선택 집중하고 있는 보도 행위의 기준은 합당한가. 보도 가치를 결정하는 준거는 무엇인가. 한 사회에서 기자와 언론의 역할은 있는가. 던져진 질문에 답을 구하는 방식은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409명 수강생도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을 게다. ‘참값’은 없고 ‘근삿값’만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림수’에 불과한 것이어도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여전히 유의미하지 않을까. 이번 뉴스타파의 데이터 저널리즘 스쿨이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보도 행위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기록은 근원적으로 ‘정확성에 다다르고 싶은 욕망’의 실현이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욕망의 실현의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4. 한여름이 오면…

오늘부터 7월 31일까지 딱 12주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이론부터 데이터 수집과 정제,  시각화와 취재 사례의 적용까지 모두 8개의 강좌로 구성돼 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다 보면 12주의 시간이 후딱 지나갈 것이다. 모든 강의 끝에는 과제 또는 퀴즈가 있고, 과제(퀴즈)를 제출해(풀어)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이전 통계로 보면 약 30% 정도만이 통과해 수료했다. 올해 변호사시험의 합격률(54%)보다 낮다. 이번에는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모두 다 수료할 수 있게끔 힘찬 응원을 보낸다. 

“희망은 뭔가 잘 되리라는 확신이 아니다. 그것은 결과가 어떻든 그게 옳다는 확실성이다. “  – 바츨라프 하벨 (1991년)

뉴스타파함께재단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뉴스타파함께재단 후원하기
뉴스타파 굿즈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