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 KINN과 교류하는 일본 비영리 독립매체 <생활뉴스커먼즈>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활동가와 제주 해녀의 만남을 다룬 장문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KINN은 한일 간 독립언론 연대 일환으로 지난 3월 소개한 “오가와라 씨는 왜 후쿠시마에 돌아갔나”에 이어 오카모토 유카(岡本 有佳) 기자가 취재 보도한 이 기사를 번역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된 날,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저 바다를 바라보았다” 제주도 해녀와 후쿠시마 여성들의 만남, 연대를 향한 첫걸음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이 만남의 계기
2025년 3월 2일, 후쿠시마에 사는 오가와라 사키(大河原さき) 씨와 스즈키 마리(鈴木真理) 씨가 제주도 해녀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미국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을 관람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 영화는 애플TV+에서 2024년 10월 11일부터 방영을 시작했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받았습니다. 필자는 공개 당일에 우연히 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감독은 재미 한국인 수 킴(Su Kim)입니다. 2014년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 씨가 제작에 참여해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영화는 바다 수호자로 수백년 동안 바다를 지켜온 제주도 해녀들의 일과 커뮤니티, 문화를 섬세하게 그립니다.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나날, 생활 방식, 인생, 여성들의 연대, 그 속에서 해녀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늘 죽음과 맞닿아 있는 직업이라는 점도 전해집니다.
누구보다 먼저 바다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해녀들. 기후변화로 점점 상승하는 해수 온도, 쓰레기 문제에 더해, 이 영화를 촬영 중이던 2023년 8월 24일,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해녀들이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일본에서 반대하고 있는 사람돌과 연대해서 싸우자”고 나서는 장면이 영화 후반에 나옵니다.
영화를 본 것이 마침 오가와라 사키 씨 등을 취재한 기사 [지금이야말로 원전 제로로! “재가동과 오염수 해양 방류를 멈춰라”]를 작성하던 때였습니다. 이 영화를 얘기하자, 오가와라 씨 등은 곧바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해녀들의 일에 대한 애정, 생업 현장인 바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에 다시 한 번 분노함과 동시에,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멈추려는 해녀들의 외침에 응답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2023년 8월 16일, 약 4만 명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인은 해녀, 어업 종사자, 수산업자, 외국인, 임산부, 일반 시민 등입니다. 청구인단에는 한반도 연안에 서식하는 고래(밍크고래, 큰돌고래, 남방큰돌고래) 164마리도 포함돼 있습니다.
제주도 해녀와 후쿠시마 여성들의 만남을 실현하기 위해, 필자는 작년 11월, 이 청구를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사무처를 방문해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곳 변호사는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을 보지는 않았지만, 오가와라 씨 등이 원고인 ‘ALPS처리오염수 방류 중지 소송’ 변호인단과 이미 교류하고 있었습니다. 민변의 협력으로 드디어 영화 주인공인 해녀들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3월 제주 방문에는 오가와라 사키 씨(72세)와 스즈키 마리 씨(63세)가 함께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2023년 9월에 제기한 ‘ALPS처리오염수 방류 중지 소송’ 원고입니다. 오가와라 씨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서쪽으로 45킬로미터에 위치한 미하루마치에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 시민회의’에 참여하고, ‘오염수 해양 방류를 멈추는 운동 연합회’를 만들어 학습회나 집회를 열고, 경제산업성, 도쿄전력과 교섭의 장을 준비해왔습니다.
스즈키 마리 씨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서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스카가와 시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5월, 동료와 함께 ‘NPO 해피아일랜드*네트워크’를 시작했고 의사와 협력해 원전 사고 당시 40세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강상담회나 갑상선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또한 유튜브 채널로 정보를 전달하고, 공연과 댄스 등을 활용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헌법소원심판 대표 청구인, 해녀 김은아 씨
제주도 해녀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곳은 세 군데입니다. 3월 3일 제주도 북동부 월정리에서 해녀로 일하는 김은아 씨를 만났습니다. 은아 씨는 헌법소원심판 대표 청구인입니다.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결혼하면서 한동안 떠나 있었지만, 약 7년 전에 본가로 돌아와 해녀 일과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도 해녀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해녀는 그녀에게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던 날, 은아 씨는 바다로 나갔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섭고,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저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니다” 라고 당시 기분을 이야기했습니다. “(해녀로 바다에 들어갈 때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고…”
월정리 해녀는 35명인데 이 소송의 원고는 은아 씨를 포함해 2명입니다.
마리 씨가 “저는 오염수에 반대하고 있지만, 경제 우선과 정치적인 움직임 속에서 항의를 계속하는 것은 직장을 잃을 위험으로도 이어지고, 특히 원고가 되는 것은 육아를 하는 세대에게
매우 큰 장벽인 상황입니다. 손자가 있는 세대인 우리는 후대를 위해 자연을 지키는 행동을 하고 싶습니다. 피해 당사자로써 가능한 일을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자, 은아 씨도 “저희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라며 동의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고산리 해녀들의 생각
다음 날인 3월 4일, 제주도 서쪽 끝에 위치한 고산리 한경면 종합복지회관에서 “바다를 잇는 마음, 제주도 해녀와 후쿠시마 할머니들의 만남”이 개최됐습니다. 고산리 해녀 4명이 참가해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바닷물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게 아닙니다” 장순덕 씨는 바다가 해녀의 생업 현장임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습니다. 영화에서 순덕 씨는 스위스 제네바 인권이사회까지 찾아가, 제주도 바다 오염에 대해 호소하는 발표를 합니다.
순덕 씨는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니, 일본은 다른 방식을 써주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제주도에 진짜로 오염수가 들어왔는지, 들어오지 않았는지, 제대로 조사해 주세요” 라고 호소했습니다.
이희순 씨도 “바다는 이어져 있으니까, 우리 제주도만 오염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고 지적했습니다. 17살부터 해녀 일을 해온 박인숙 씨는, “바다에 의지하며 악착같이 살아왔는데, 이렇게 돼버려 안타깝습니다. 일본과 한국이 서로 협력해서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현인홍 씨는 “멀리 후쿠시마에서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상황을 공유하고 연대합시다” 라고 마무리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온 메시지
집회에서 후쿠시마에서 온 두 사람이 말했습니다.
오가와라 사키 씨는 아들이 갓난아기일 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1986년)가 일어났고, 일본인의 모유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면서 원전 위험성에 눈을 뜨고 탈원전 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2011년) 이후에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운동을 동료와 함께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지 못한 채, 여러분의 생활과 생업 현장인 신성한 바다를 오염시키는 상황이 돼버린 데 무척 송구스럽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사키 씨는 해양 방류 개시 직후인 2023년 9월 8일,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과 체결한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해 주민들이 평온하게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방출 계획 인가 취소와 방출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했습니다. 원고는 어업 종사자, 어업 관계자를 포함해 363명입니다.
일본 정부는 “처리수 방출은 공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이익이 침해당할 우려는 없다. 소송은 신속히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키 씨는 “어업 종사자 외에 우리 같은 일반 시민은 원고로 부적격이라고 자의적으로 선을 그으며 이 소송을 망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를 방문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우리는 오염수 해양 방출 강행을 막지 못한 것을 사괴드리고, 앞으로 연대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기 위한 행동을 강화해 나가고 싶습니다. 일본이 가해자이던 고난의 역사 속에서 한국 여러분이 민주적 힘을 스스로 쟁취해온 운동을 배우고 싶습니다”
스즈키 마리 씨는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방사능에서 지키기 위해 가족이 니가타 시로 피난을 결정했습니다. 한달 후 학교가 다시 열렸고 아이들 의견도 존중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NPO 해피아일랜드*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일본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반대 목소리는 점차 사라졌습니다. “동료 절반은 피난을 갔고, 새로운 터전에서의 생활을 선택했습니다. 남겨진 우리들도 계속되는 싸움에 지쳐 활동을 그만둔 사람도 있습니다” 라고 험난한 실상을 전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 가능할지 모색하고 있습니다”라고 결심을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날 집회 사회자이자 헌법소원심판 대리인인 민변 김영희 변호사는 “제주도 해녀와 후쿠시마 여성들의 만남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시민이 서로 협력해, 양 정부를 촉구할 운동이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보목 해녀들과의 대화
이번 여정의 마지막으로, 제주도 서귀포 남쪽 중앙에 있는 보목 해녀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제주도 수산물 판매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오염수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미묘한 문제라고 운을 떼자,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마리 씨는, “후쿠시마도 똑같습니다. 장사가 유지될까 하는 불안으로, 모두가 쉽게 말하지는 못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사키 씨도 “제 동생도 농사를 하는데, 비슷한 불안에 싸여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무척 난처한 문제죠. 제주도에 와서 현지 해녀와 어업 종사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원전 사고가 얼마나 큰 죄인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라며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에 누군가는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해녀나 어업이나 비슷하네요”라고 해녀들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김순성 씨는 “진심으로는 반대입니다”라고 말문을 떼며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해양 방류 외에 방법은 없을까?
도쿄전력의 계획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방류량은 2023년에 4회에 걸쳐 약 3만 톤, 2024년에는 7회에 걸쳐 약 5만 4600톤, 합해서 8만 톤 이상을 방류했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자, 김순성 씨가 ”오염수를 처리할 다른 방법도 있지 않나요? 왜 바다에 버리는 걸가요?” 라고 소박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물론 연구자나 기술자들이 몇 번이고 대책을 제안했습니다”하고 사키 씨가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ALPS 처리 오염수 방출 중지 소송” 변호단의 카이도 변호사는 오염수를 탱크에 저장해 방사능 수치가 저하된 후, 최종적으로 모르타르에 고화시켜 폐기물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사키 씨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대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법 말고는 하지 않습니다. 시민의 희생보다 대기업이 우선인 거죠”라고 말하자, “하지만 시민이 없으면 (사회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김순성 씨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입니다”라고 이어 말했습니다.
마리 씨는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원전을 추진하고 싶어하고, 사고가 있어도 괜찮다고만 합니다. 가장 고통받는 건 우리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시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해녀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김순성 씨는 “우리가 살 방법은 오염수 방출을 막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리 씨는 “우리 동료 중에 목소리를 낸 여성이 남편의 반대로 폭력까지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이 원고가 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후쿠시마에서도 고통받는 사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키 시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해녀 여러분의 진짜 목소리를 들었다고 느낍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여러분과 미크로네시아 섬 사람들이 해양 오염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임을 알아야만 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이후 재판에서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제주도에서의 만남 이후는?
2025년 3월 30일, 도쿄전력은 11회차 ALPS 처리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마쳤습니다. 도쿄전력은 2051년으로 예상되는 원전 폐로 시점까지 처리수 방류를 끝낼 계획입니다. 그러나 오염수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 기간 내에 끝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반면 대만은 2025년 5월 17일 아시아 최초 탈원전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ALPS 처리 오염수 방출 중지 소송 원고단 지지 모임’에서는 4월 26일 도쿄에서 “ALPS 처리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마라”라는 주제로 집회를 개최하고, 제주도에서의 만남도 보고했습니다. 6월 20일에는 후쿠시마 지방법원에서 제5차 구두변론이 열립니다.
이번 제주도 만남을 첫걸음으로, 사키 씨 등은 오염수를 방류한 지 3년이 되는 올 여름에 해녀들을 일본에 초청해 생생한 목소리를 일본 시민들에게 차근차근 들려줄 계획입니다.
원문 기사: https://s-newscommons.com/article/7995
번역: 조연우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