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돈즈루보

독립감독인 나는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다큐 작업 중, 일본 나라현에 사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다나카 마사시를 만났다. 그는 수십 년째 집 근처의 산 돈즈루보에 있는 동굴을 지키는 활동을 해왔다. 나는 그를 따라 동굴을 탐사했다. 동굴은 자연동굴이 아닌 사람에 의해 만들어 졌는데, 길이 1,700m 이상의 격자형 구조로 된 인공동굴이었다. 

현재 곳곳이 붕괴 중이었고 위험한 상태였다. 동굴은 1945년 6월 중순부터 8월 15일까지 약 2달 동안 만들어졌다. 이 짧은 기간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인공동굴을 만들었을까? 

일본 나라현 돈즈루보산에 있는 ‘지하 참호’ 안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패망 직전인 1945년, 미군의 본토 공습에 대비해 모든 군사 시설을 지하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곳 하나가 나라현의 돈즈루보 지하 참호, 즉 ‘지하호’다.

이 공사에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됐다. 이들은 깊은 어둠 속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가다 해방을 맞았다. 조선인들을 감독했던 지휘관 중에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 이은도 있었다. 나라를 빼앗은 일제의 군사시설 건설에 동원돼 사투를 벌여야 했던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오랜 시간 그 질문이 나를 아프게 했다. 

돈즈루보 지하호를 생각하는 모임의 타나카 마사시씨

대부분의 문서는 불태워져 멸실됐고 기밀처리돼 정확히 몇 명이 동원됐고, 그 중 몇 명이 희생됐는지 알 수 없다. 동굴은 붕괴가 진행 중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고 있다. 진실 규명의 작업도  잊히고 있고, 활동가들의 나이는 70~80대를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증언자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고, 적지만 증거가 남이 있다. 노년의 활동가들은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으며, 강제동원과 재일 조선인 문제를 알리고 있다. 그렇기에 이 다큐멘터리는 1945년의 머물러 있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해야 할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현재적 기록’이다. 

제작진
감독이원식
구성이원식 정진미
촬영이호정
편집윤민우
목격자들 프로듀서장광연 한경수 송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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