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순이 : 이름이 된 직업

엄마의 이름은 ‘공순’

‘공순이’는 한때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여성 노동자를 낮춰 부르던 말이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엄마의 이름도 ‘공순이’, 김공순이다. 엄마 또한 그 시절 가난했던 또래 여성들처럼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공장에서 일했다. 이름 그대로 ‘진짜 공순이’가 된 것이다.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이름 대신 ‘공순이’로  불리던 시간 속에서, 공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엄마는 과연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이름이자 곧 직업이 된  우리 엄마 ‘김공순’ 씨의 삶을 영화로 기록하기로 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의 어머니인 도배 노동자 김공순 씨

고생한 엄마가 아닌 ‘노동자 김공순’

새벽이면 엄마는 현장으로 나간다. 낡은 벽지를 뜯어내고, 도배 풀을 바르고, 장판을 나른다. 일이 몰리는 날이면 한 집을 끝내고 서둘러 또 다른 집으로 향한다. 고된 일인데도, 엄마를 촬영하다 보면 웃게 된다. 엄마는 일하다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던지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친해진다. 

엄마는 힘들다고 투덜거리다가도 어느새 다시 몸을 움직인다. 내가 찍고 있는 사람은 단지 ‘고생한 엄마’가 아니었다. 자기 손으로 돈을 벌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때로는 화를 내고, 많이 웃고, 자기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온 노동자 김공순이었다. 

노동 중인 김공순 씨

이름이 된 직업

엄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엄마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온 여성들이 보인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여성들.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일터로 돌아온 여성들. 누군가의 딸, 아내, 누나, 엄마로 살아가며 자신의 이름 대신, ‘공순이’로 더 많이 불렸던 사람들. 그들의 노동은 시대 곳곳에 남아 있지만, 이름은 좀처럼 기록되지 않았다. ‘공순이’라는 말은 그렇게 수많은 여성의 이름을 하나의 ‘직업’처럼 만들어버렸다. 

<공순이: 이름이 된 직업>은 3년 동안 엄마를 따라다니며 알게 된 엄마의 노동과 삶에 대한 딸의 기록이다. 이 다큐는 감독의 엄마인 ‘김공순’ 씨 개인의 이야기이자, 우리나라 수많은 ‘공순이들’에 대한 영화다. 이 작품을 본 뒤 한때 ‘공순이’라는 호칭 뒤에 가려져 있었던 수많은 여성들의 고유한 이름들이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목격자들’ 20분 버전으로 편집돼 공개되는 이 작품은 90분 분량의 장편 극장용으로도 제작됐다. 

제작진
감독유소영
출연김공순
프로듀서장광연 한경수 송원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임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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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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