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얼굴들

의문사란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국가 폭력 사건’을 말한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군대, 경찰, 정보기관 등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부당한 행사로 인해 사망한 걸로 의심되는 죽음을 뜻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억울한 죽음의 진상 규명은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었다. 2000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민가협)가 422일간의 국회 앞 농성을 하고서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국가기구를 통한 진상 규명 노력이 잇따랐다. 그러나 조사 권한의 한계와 정치적 반발 등으로 많은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지 못했다. 그 사이 상당수 유가족들은 세상을 떠났다. 진상 규명의 임무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1989년 10월 6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이내창 열사 장례식. 이씨의 시신은 광주 망월동의 5.18묘역에 안장됐다.

2014년 나는 우연히 이내창 열사의 이장식에 참여했고,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1989년 8월 15일,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당시 27세)이던 이내창 열사는 전남 거문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오랫동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 의한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억울한 죽음이 가족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큰 파문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문사 희생자의 친구들의 이후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얼굴, 얼굴들>에는 이내창기념사업회의 일원이자 연극인인 김경락, 또 다른 의문사 희생자인 최우혁 열사의 친구 김치하, 박태순 열사의 친구 김갑수의 목소리가 들어 있다. 

2024년 6월 8일 제33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800여 위의 영정을 모신 가운데 거행됐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벌어진 날, 우리는 폭력적인 과거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잘못된 과거를 잊지 않고 고치려 노력해야 폭력적인 과거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나는 믿게 됐다. 각자의 자리에서 젊은 시절 가까운 이의 죽음을 기리는 친구들을 통해,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내창의 친구 김경락 배우가 의문사를 다룬 연극 <한선희 김진휘의 다시 읽기 콘서트 2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의문사>에서 연기 중이다.

*목격자들 <얼굴, 얼굴들>은 1989년 이내창 의문사 사건과 그 친구들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안경, 안경들>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장편 영화 <안경, 안경들>은 오는 2026년 공개 예정입니다. 

연출고두현
프로듀서양주연
촬영박수환 조용기 권순현 고두현
편집안지환
목격자들 프로듀서장광연 한경수 송원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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