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걸과 이치노헤

전북 군산에는 특이한 외형의 사찰이 있다. 동국사라는 이름의 절이다. 이 사찰은 일제 시대때  조선 침략에 앞장섰던 일본 조동종(일본 최대의 선종 종파)이 세운 것으로 지금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동국사 전경

2011년, 이곳의 주지였던 종걸 스님은 일본 조동종의 이치노헤 쇼코 스님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당시 이치노헤 스님은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조동종의 역사에 깊은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조동종 사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절단을 꾸려 동국사를 찾았다. 그것이 두 스님의 첫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종걸 스님은 이치노헤 스님에게 이렇게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문서는 찢어버리면 그만입니다. 천년, 만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도록 돌에 새깁시다.”

종걸 스님과 이치노헤 스님

1년 후 이치노헤 스님은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참사문비( 조선침략에 앞장섰던 일본 조동종의 참회문을 새긴 비석) 건립 등 일제강점기 일본의 과오를 성찰하고 사죄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종걸 스님과 이치노헤 스님은 역사 앞에서 책임을 묻고, 참회를 행동으로 옮기며 ‘영혼의 파트너’라 불릴 만큼 깊은 우정을 쌓아갔다. 

동국사에 건립된 참사문비

두 사람은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는 일이야말로 미래로 나아가는 길임을 믿으며, 한일 간 오랜 갈등을 새로운 차원에서 풀어내고자 함께 노력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이치노헤 스님의 별세로 두 스님의 긴 동행은 막을 내린다. <종걸과 이치노헤>는 역사 앞에 선 두 스님의 용기와 우정 그리고 연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 위에 화해의 가능성을 새기려 했던 두 수행자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연출김대현
촬영오태승
편집조연수
제작인디라인
목격자들 프로듀서장광연 한경수 송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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